건강 생각해 발상의 전환 해야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단체나 부서에서 회식을 하면 일단 식사를 하고 술 한 잔씩 돌리는 것이 정해진 순서처럼 돼 있다. 무슨 행사를 할 때도 좌장이나 내빈 중에서 건배를 제의하는 것이 기본 순서이다.
술에 대해 많은 사람은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해주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담배는 비흡연자와 비교할 때 한 개비라도 피우는 사람이 건강이 나쁜 데 비해, 술은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술을 ‘적당히’ 마시면 심혈관 보호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그 ‘적당히’에 해당하는 술의 양이 과연 어느 만큼인지에 대한 판단에서 벌어진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적정음주를 남자는 하루 2잔 이내, 여자는 하루 한 잔 이내라고 정의했다. 한 잔이라는 것은 각 주종별로 마시는 잔을 의미하는데 맥주는 355㏄ 한 컵, 막걸리는 250㏄ 한 사발, 소주는 50㏄ 한 잔, 와인은 125㏄ 한 잔을 말한다. 이 한 잔의 알코올 양은 대략 순수 알코올로 12g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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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가정의학 |
술이 발암물질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면 사람들은 설마 하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젓기 일쑤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술은 1급 발암물질이다. 여기서 1급이라는 의미는 발암성이 입증됐다는 뜻이다. 술은 식도암,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간암, 유방암을 일으킨다. 하루에 알코올 50g을 마시면 안 마시는 사람에 비해 유방암의 발생률이 5배 높아지고 대장암은 4배 높아진다. 만약 흡연을 한다면 알코올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암 발생 위험을 현저히 높인다.
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날 숙취를 호소하는데 숙취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두통, 나른함, 속쓰림 등의 불쾌한 증상을 말한다. 숙취는 술의 대사산물로 인한 것인데 한 마디로 신체가 전날 마신 술의 유독물질을 처리하지 못했다고 울부짖는 소리이다.
우리 몸에 알코올이 들어가면 위에서 가장 먼저 분해가 일어난다. 여성은 위에서의 분해가 적게 일어나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쉽게 취한다. 이에 따라 여성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암, 간경화, 뇌 손상이 남자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 한국인에게는 알코올 분해효소가 없는 사람이 많은데 이들이 술을 마시면 발암물질과 독성물질을 처리하지 못해 다른 사람에 비해 암 발생과 간경변의 위험이 더 높다.
필자가 근무하는 국립암센터에서도 회식을 하거나 행사를 할 때 술이 빠지지 않는다. 국립암센터에서 만든 ‘암예방 수칙 10가지’에도 보면 ‘술을 두 잔 이내로만 마신다’고 돼 있다. 따라서 암예방 수칙에 맞춰 막걸리든, 소주든, 포도주든, 맥주든 그 잔으로 두 잔까지만 마시도록 권하고 있다.
과거 군에 입대해 훈련을 받을 적에 고단한 훈련 사이마다 휴식 시간이 되면 조교들이 ‘담배 일발 장전’을 외치며 흡연을 권장했다. 당시 흡연자이던 나도 휴식시간이 되면 전우들과 찬바람이 부는 유격훈련장이나 사격훈련장에서 담배를 맛있게 피우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담배가 발암물질이라는 것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제 회식에는 술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술이 발암물질이라는 것이 명백히 밝혀진 지금 집단적으로 발암물질을 권하는 행위가 꼭 필요한지 회의가 들기 때문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가정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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