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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독일과 일본의 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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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성·사과 외면 ‘과거사 역주행’
진정성 담보한 獨 노력 본받아야
최근 독일에서 두 가지 뉴스가 전해졌다. 하나는 70년 전 악명 높았던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교도관으로 일한 93세 노인이 독일 수사당국에 체포됐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같은 날 독일에서 신나치주의 연쇄살인범 재판이 시작됐다는 소식이었다.

90대 노인은 자신이 교도관이 아니라 요리사로 일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독일 검찰은 그가 나치 범죄를 도왔다며 살인공모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 강제수용소의 목적이 학살이었으므로 이곳에서 일했다면 공범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독일의 과거사 청산작업이 얼마나 철저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독일 정부는 나치 전범을 끝까지 추적해 단죄한다. 공소시효가 없는 것이다.

신나치 살인범 재판의 주인공은 38세의 여성 베아테 체페다. 남성 동료들과 함께 이민자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옛 동독 출신인 체페는 공범들과 함께 히틀러의 나치당을 모방해 민족민주사회주의자지하당(NSU)을 결성했다. 동독 정권 붕괴 이후 혼란기인 1990년대 초에 극우주의 운동에 경도됐다고 한다.

이번 일은 통독 이후 독일에서도 신나치의 독버섯이 자라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나치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 등 과거사 청산 노력을 멈추지 않은 까닭이다. 과거사 잔재를 걷어내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그래도 신나치 세력이 발호하지 못하는 것은 독일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있어서다. 독일 정부는 나치 찬양을 금지하고 추종자들의 정치활동도 막았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현재 속의 과거’를 솎아내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은 어떤가. 독일과 같은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이면서도 어두운 과거에 대한 반성이나 고민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한국, 중국, 동남아 등 일제 피해국에 성의 있는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되레 ‘과거사 역주행’만 일삼는다.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는 것도 모자라 미화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다. 독일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주연이다. “침략의 정의는 확실치 않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은 물론 “야스쿠니(靖國)신사와 미국 알링턴국립묘지가 뭐가 다르냐”는 망언도 서슴지 않는다.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호통을 쳐도 꿈쩍하지 않는다. 미국까지 나서자 한발 물러서는 척하지만 그때뿐이다.

망언에만 그치지 않는다. 망동도 불사한다. 아베 총리는 ‘731’이라는 편명이 적힌 항공자위대 훈련기 조종석에 앉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731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 생체실험을 자행한 일본 군부대 명칭이다.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지지층 결집을 겨냥한 의도된 연출이다.

조연도 여럿이다. 일본유신회 공동 대표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와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등도 ‘망언 릴레이’를 펼친다. “위안부가 필요했다”, “(일본은) 침략한 적이 없다”는 해괴한 발언을 쏟아낸다. 군국주의 망령을 부활시키기 위해 광분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독일이 과거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에 빠진 유럽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진정성 있는 과거사 청산 노력이 유럽 국가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단순히 반성과 배상에 그치지 않았다. 프랑스, 폴란드를 비롯한 주변 전쟁 피해국과 논의를 통해 잘못된 역사 서술도 바로잡았다. 

성 김 주한 미국대사는 그제 일본 정치인들의 잇단 망언에 대해 “괴상한 발언에 격분한다”면서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본은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독일에서 과거사를 청산하는 방법을 배우기는커녕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려는 일본이 딱하기만 하다.

원재연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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