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 많은 식품들 국민건강 위협
수박을 먹을 때 우리가 ‘이런, 이 수박은 맛이 없군’이라고 말한다면 그 수박은 분명 달지 않은 것이다. 이것은 배, 참외, 귤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왜 우리는 달아야만 그 과일이 맛있다고 반응할까.
우리의 조상이었던 유인원들은 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열매와 잎사귀를 먹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은 아프리카를 떠나 전 지구로 흩어졌다. 그 과정에서 유인원들은 새로운 풀과 열매를 먹으면서 자신의 영양분이 될 음식과 피해야 할 것을 맛으로 구분해 나갔고 그 과정에서 미각이 발달했을 것으로 본다.
인간은 놀랍게도 짠맛, 신맛, 쓴맛, 단맛의 4개의 미각만을 가지고 있다. 짠 음식을 만나면 그것은 전해질인데 생존에 필수적이고, 시다면 산(酸) 종류이니 가려서 먹어야 하고, 쓰다면 독성 물질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단맛의 미각은 복합적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설탕 종류는 물론 알데하이드, 케톤, 그리고 몇 종의 아미노산도 달게 느껴진다. 모든 영장류는 단맛이 나는 음식을 먹는 데 대단히 적극적이다. 우리는 시거나 짜거나 쓴 것보다 단 것을 더 좋아한다. 단 것만 파는 과자점은 있지만 신 것만 파는 가게는 없다. 우리가 즐겨먹는 과자나 빵이 쓰다면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그렇게 많이 팔릴 수는 없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는 단 것에 취약하다.
인류가 탄생한 것은 600만년 전인데, 그중 599만년을 구석기 시대로 살았다. 우리 조상은 설탕이나 소금, 혹은 지방질이 풍부한 음식물을 찾으면 가능한 한 많이 먹어두는 것으로 생존율을 높였다. 그래서 그런 음식을 기억하는 미각이 발달했고, 단맛에 대한 선호도는 그대로 우리에게 전해졌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사바나 지역에 사는 것도 아니고, 거친 들판에서 어쩌다 한 그루의 나무를 만나서 허기를 채우는 시절이 아니다. 우리는 귀갓길에 식료품점에 들러 카트에 담기만 하면 설탕, 소금, 지방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조상보다 두 배 이상의 지방, 소금, 그리고 설탕을 먹고 있다.
세계 최고의 비만 국가인 미국의 주요 대도시는 탄산음료를 규제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뉴욕시는 레스토랑, 스포츠 경기장, 극장, 가판대 등에서 16온스(약 453g)보다 큰 용량의 설탕, 소다음료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했다. 탄산음료뿐만 아니라 에너지 음료, 당분이 첨가된 아이스티 등도 금지대상인데 블룸버그 뉴욕 시장이 이 같은 제안을 한 이유는 탄산음료를 비만율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이를 제도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이다.
전체 성인의 4분의 1이 비만인 영국에서도 비만율을 낮추기 위한 법적 조치와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영국 의사들은 자국 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비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가지 계획을 발표했는데 최소 1년간 탄산음료에 20%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과 학교나 지역문화센터 등의 근처 패스트푸드점 숫자를 제한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당분 함량이 높은 탄산음료가 건강 문제가 되는 것이 이제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가 바로 탄산음료였는데 무려 31.4%의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릴 때부터 입에 길들여진 음식은 성인이 되면 당뇨와 비만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일부 식품회사의 경우 구석기 시대 조상으로부터 넘어온 단맛에 대한 선호를 이용해 과자와 음료를 달게 만들고 있는데, 판매고를 높이는 데는 적절한 전략이지만 우리 국민의 건강에도 적절한지는 각자 따져 볼 일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의사·가정의학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새만금 AI 밸리](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09/128/20260609517674.jpg
)
![[데스크의눈] 균형발전과 지방선거 그리고 2030 집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14/128/20260414521104.jpg
)
![[김상미의감성엽서] 그림이 주는 선(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5/26/128/20260526517047.jpg
)
![[오늘의시선] 선관위 개혁,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2/08/30/128/20220830525048.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