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중심 금모으기 운동
러시아 예금주들 거센 반발 12일간 거래를 정지했던 키프로스 은행들이 28일(현지시간)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정부가 유럽연합(EU) 국가로는 처음 해외송금금지 등 자본통제를 강행하면서 대규모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사태) 등 큰 혼란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나라를 구하자는 키프로스판 ‘금모으기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이날 수도 니코시아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은행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 예금자 수천명이 줄을 서 예금을 찾아갔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자본통제 조치로 1인당 하루 300유로밖에 찾지 못했다. 27일부터 4일간 이 조치로 무역대금 결제를 제외한 국외 송금이 금지되고, 여행 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돈도 3000유로(약 428만원)로 제한된다.
사상 초유의 자본통제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인출한도 제한에 불만을 표시하며 대통령궁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에 참석한 예금자 해리스 크리스토는 “숫자 계산만으로는 답이 없다. 우리는 EU와 국제통화기금(IMF)에 준 돈을 다시는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며 절망감을 드러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키프로스 은행이 예치한 잔고 600억유로 가운데 절반인 300억유로를 소유한 러시아 예금주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매체들은 이번 주 금융위기를 맞은 키프로스 은행에 거액을 예금한 러시아 부호들이 공항으로 몰리면서 키프로스행 비행기표 품귀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러나 이 예금의 출처 대부분이 지하경제에서 나온 ‘검은돈’이어서 이렇다 할 조치를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키프로스 국민은 종교계를 중심으로 금모으기 운동에 나서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키프로스 정교회 대주교인 크리소스토모스 2세가 지난주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며 정교회 재산을 국가에 내놓을 뜻을 밝혔다.
키프로스 구제금융 합의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 전이 우려가 진정되고 있지만 유로존 경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주요 7개국(G7) 경제전망 중간평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들어 세계 경제가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유럽은 독일과 다른 나라들 간의 차이가 다시 생기면서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고 28일 전망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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