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지지율 하락 만회 전략”
미국 외교관이 중앙정보국(CIA) 지령에 따라 러시아에서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추방 결정이 내려진 지 하루 만인 15일(현지시간) 또 다른 미 외교관이 올해 초 같은 혐의로 추방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옛소련 시절에도 없었던 전대미문의 간첩사건”이라는 러시아 언론들의 호들갑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매우 이례적으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아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관계자는 이날 국영 라시야1TV에 출연해 “올해 1월에도 벤쟈민 딜런이라는 이름의 미 외교관이 스파이 활동 혐의로 추방됐다”며 “당시 FSB가 CIA에 이 같은 ‘불쾌한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CIA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3등 서기관인 라이언 포글이 CIA의 지령에 따라 러시아 정보기관 관계자를 포섭하려 했다는 혐의로 14일 FSB에 체포돼 추방결정이 내려진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외신은 러시아 정치에 정통한 전문가들 분석을 인용해 양국 간 스파이 ‘파동’을 최악의 지지율로 집권 3기 1주년(5월7일)을 맞은 푸틴 대통령의 새 통치전략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위기의식을 느낀 푸틴과 그의 ‘돌쇠(Iron Arse)’형 최측근 베체슬라프 볼로딘 부총리가 국내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방식의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이는 옛소련 시절 애용되던 것이다.
특히 러시아 국영매체들이 FSB의 포글 체포 발표를 연일 집중보도하는 반면 푸틴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는 것은 이번 사건 대상이 미국이 아닌 국내용임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외신은 해석했다. 마크 갈레오티 뉴욕대 교수 역시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반정부 세력 확대로 골머리를 앓는 푸틴 정부가 국내 정치적 의도에서 이 사건을 터뜨렸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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