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 저질렀지만 업적도 재평가해야
건국대통령 이승만―생애 사상 업적의 새로운 조명/유영익 지음/일조각/3만원해방일기5―길 잃은 해방이 가져온 비극/김기협 지음/너머북스/2만3000원
이승만과 해방공간(1945∼1948)에 대한 논쟁이 출판가의 화두로 떠올랐다. 사실 해방 시기에 대한 제대로 된 규명도 하지 않고 우리 현대사는 흘러왔다. 해방공간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없으면 지금의 정치사상에 대한 좌표도 불분명할 것이다. 지난주엔 국부 이승만을 칭송하는 다수의 책이 나왔는데, 이번엔 그 반대 논리들이 서점에 쏟아지고 있다. 이런 시도들은 현재의 우리 위상을 바로잡기 위한 지식인 사회의 몸부림으로 풀이할 수 있다. 갈수록 통일의 꿈은 요원해지고 남북 대결이 극한으로 치닫는 지금, 우리 현대사의 재해석을 통해 갈 길을 다잡으려는 지식인들의 고민이 그대로 묻어나는 책들이다.
유영익 교수가 쓴 ‘건국 대통령 이승만’은 국부 이승만을 재평가했다. “이승만은 시종일관 미국을 향해 당당한 태도를 보였다. 이승만은 1882년에 맺은 조미수호통상조약을 미국이 지키지 않아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다는 점을 뼛속까지 새기고 있었다. 해방정국과 6·25전쟁 당시에도 신생국 한국이 살아남으려면 미국의 배신을 다시는 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각오로 벼랑 끝 외교에 나섰다.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한·미동맹으로 결실을 보았다”고 풀이한다.
이승만은 1948∼1960년 12년간 대통령직을 유지하면서 실정을 저질렀지만, 한편으론 그의 혜안과 고집이 아니었다면 달성될 수 없는 나름의 업적도 있었다고 유 교수는 평가한다. 특히 이승만이 사상적으로 천박하지 않았고 그가 추진한 정책은 당대의 어떤 정치인보다 개혁적이고 선진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진보사학자 김기협 교수가 쓴 ‘해방일기’ 시리즈 5권인 ‘길 잃은 해방이 가져온 비극’은 김구·이승만·김일성·박헌영보다는 중간 성향인 여운형·김두봉·김규식·안재홍·홍명희에 대한 재평가에 주목한다. 저자는 당시 상황을 일기로 재구성, 이들에 대한 판단을 개별 독자에 맡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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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이승만, 김구, 여운형, 김일성, 박헌영 |
김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중간파가 무시되어 온 것은 무엇 때문인가?”라고 물으면서, “중간파인 그들이 당시 극좌·극우의 적대적 공생관계에서 밀려난 것은 정치적 패배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립의식이 크게 완화된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도 그들을 제대로 평가하는 노력이 적은 것은 승리자만을 받드는 극한 경쟁사회의 속성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현재의 남북 대결 판도가 획정된 배경으로 미국과 소련 대결, 특히 미국의 책임을 주장하기도 한다.
“해방이란 좋은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분단건국과 전쟁의 참극에 빠져들게 되었다는 한탄은 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좋은 기회는 애초에 주어지지 않았다. 조선 독립을 약속한 카이로선언은 조선인에게 정의와 행복을 선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전쟁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미·소의) 전술적 조치일 뿐이다. 전쟁 승리는 미국과 소련의 힘이 거둔 것이고, 두 나라는 그 힘으로 승리의 상품을 거머쥐었다.”
그러면서 소련은 일제 잔재를 청산한 이후 꼭두각시지만 인민위원회를 세워 대리 통치했지만, 미국은 일제 앞잡이를 내세워 직접 통치를 하다 수많은 시행착오로 민족을 더욱 힘들게 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소련이 착한 나라고 미국이 악한 나라여서가 아니다”면서 “조선에서 소련의 태도가 미국보다 좋았던 것은 당시 조선 사정이 소련 쪽에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즉 조선인을 억압한 일본의 경제정책이 자본주의였으므로 항일운동은 사회주의 쪽으로 기울어졌다. 게다가 일체의 항일운동을 좌익으로 몰아붙이던 조선총독부의 행태로 인해 사회주의자와 민족주의자는 구분 없이 민중의 존경을 받고 있었다는 것.
김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 실책이 경찰력이라고 지적한다. 미군정은 일제 경찰 경력자를 앞잡이로 세워 남한을 ‘경찰국가’로 만들었다는 것. 그래서 경찰의 횡포 때문에 도탄에 빠진 민심은 더욱 이반하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지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1946년 9월 2일부터 그해 12월 30일까지를 일기로 재구성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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