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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네 산책] '사재기 베스트셀러' 근절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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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황석영 작품의 ‘사재기’ 파문이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독자분들께선 어리둥절할 겁니다. 일반인들은 복마전 같은 책 영업 시스템을 알 수 없으니 황석영 같은 유명작가의 작품도 연루된 사재기가 도대체 뭐냐고 할 것입니다. 사재기는 일부 대형 출판사와 사재기 전문 업자들이 짜고 서점이나 인터넷을 통해 무더기로 수천 권씩 사들이거나 아이디를 수천 개 확보해 매입하는 행위입니다. 사들인 책은 파기하거나 무더기로 나눠 주곤 한답니다.

이렇게 베스트셀러를 인위적으로 부양해 발표하는 게 출판계 일각의 굳어진 관행이었습니다. 독자들은 그런 베스트셀러를 보고 책을 사거나 열광한다면 광대놀음이나 다름없지요. 물론 극히 일부에 국한되고 극히 일부 작가나 출판사에 한정된 얘깁니다만, 양심을 속이고 사회를 기망하는 ‘짓거리’를 은밀히 해왔던 게 그간 출판계의 통상적 관행이었습니다. 사재기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행태는 일종의 주가조작에 해당하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장치는 미흡하기 짝이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짓거리를 지금도 관련 업계에선 강 건너 불구경한다는 것입니다. 재수 없으니 걸렸다는 식입니다. 사재기 논란 때마다 누구 하나 나서서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출판사나 서점, 유명 작가 어느 쪽도 사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는 “나는 사재기와 무관하다”고 하지만 그 역시 과거에 그런 적이 없었거나 유혹을 받아본 적이 없었을까요. 이번에도 누군가의 고발로 불거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묻혔을 것입니다. 도덕성의 추락, 비양심의 단면입니다. 일본이나 미국, 서유럽에선 일단 사재기 논란에 휘말리면 해당 출판사나 작가는 평생 다시는 책과 인연을 맺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책을 열심히 만들어 팔면 성공할 수 있다는 소박한 믿음을 가진 소형 출판사들은 혀를 끌끌 차곤 한답니다. 상당한 자금력과 인맥이 있어야 가능한 사재기 행위를 중소 출판사들은 엄두도 못 냅니다. 최근 수년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모 인사의 책을 비롯해 사재기 의혹은 출판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답니다. 지식과 철학의 원천인 책이 비양심적인 교란 행태로 공급될 수밖에 없는, 눈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출판계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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