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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에 잡혀 폭로·소송 난무… 여의도의 ‘막장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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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 외면 '거꾸로 국회' 비판 고조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으로 촉발된 여야 공방이 막가파식 폭로전과 무차별 고소전으로 번지면서 제19대 국회가 막장드라마의 한편으로 추락하고 있다. “서민의 삶을 챙기고 나라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강창희 국회의장 19대 국회 개원기념사)던 국회의 각오는 사활을 건 여야 대결의 광풍에 휩쓸려 실종됐다.

與 최고중진회의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운데)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허정호 기자
◆민생·미래 발목 잡는 과거사 시비

지난해 대선을 둘러싼 국정원 사건에 이어 또 다른 과거사 문제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발언 논란’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국정원이 제공한 내용이라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노 전 대통령의 정상회담 대화록에)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내용이 없다고 했다”며 “검찰은 즉각 진위를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의원에게 자료를 넘긴) 국정원 자료 유출자도 반드시 색출해야 한다.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실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야당의 국정원 사건 공세에 대응하려고 NLL 국정조사 카드로 맞불을 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17일 국회 법사위에서 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이 “NLL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라고 발언한 데 대한 반격의 성격도 있다. NLL 포기 발언의 존재는 지난해 대선 두달 전인 10월 국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주장했다. 민주당은 정 의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대선과정에서 NLL 발언 논란은 뜨거운 이슈였으나 선거가 끝나면서 잊혀진 사안이다.

과거를 둘러싼 여야의 끝없는 대치 속에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전날 회동에서 대선 공통공약 및 경제민주화 법안을 6월 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겠다고 합의한 것도 구두선으로 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쇄신특위 활동을 통해 모처럼 호평을 받았던 국회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野 최고위원회의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운데)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즉각적인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허정호 기자
◆연일 막가파식 폭로전

이런 우려에도 막연한 ‘제보’를 쏟아내거나 심지어 아무런 근거 없는 막가파식 폭로전은 이어지고 있다.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을 거론하며 “국정원 사건으로 정보위 개최를 민주당이 끊임없이 요구하던 지난 3월 (서 의원이) 제게 (외교통일위) 국외출장을 잘 다녀오라며 봉투 하나를 주더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뜻만 고맙게 받겠다’라고 하고 돌려보냈다. 얼마가 (들어) 있는지 확인은 안 했다”고 덧붙였다. 서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부인했다.

검찰이 지난 1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뒤 여야 폭로전은 가열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김 전 청장 배후설(16일)→권영세 주중대사 배후 지목(17일)→NLL 논란 관련 국정원·새누리당 커넥션설(〃)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사건 제보자에게 자리를 제안했다는 ‘민주당 매관(賣官)공작’ 배후로 김부겸 전 의원을 지목하는 등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나오고 있다. 새 정부의 정통성 문제가 달려 있어 여야 모두 사생결단식이다. 

상임위원장 간 맞고소 다툼

동료 국회 상임위원장 간 맞고소 사태라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연출될 기세다.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의원은 이날 자신을 고소한 서 의원을 향해 “정보위원장으로서 직권남용이나 직무태만에 해당되는지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며 “이 부분이 국정원 사건과 어떻게 연루됐는지 수사의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서 의원은 전날 “박 의원이 16일 기자회견에서 내가 정보위를 열지 않는 이유는 남재준 국정원장과 나 사이에 거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박 의원을 고소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변죽만 울리면서 사건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국회까지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구태정치의 모습을 재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단 원 전 원장의 개입 여부와 국정원 내부의 여러 문제가 나오고 있으니까 국정원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을 보고 나서 정치권이 논쟁하는 것이 옳다”고 정쟁중단을 촉구했다.

김청중·박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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