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수는 25일 오후 4시 부산아시아드경기장에서 열린 부산아이파크와의 현대오일뱅크 2013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전반 12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으로 복귀한 이천수는 이날 득점으로 인해 지난 2009년 5월23일(당시 전남드래곤즈 소속) 성남일화전 이후 1464일 만에 골맛을 봤다.
2009년 7월 전 소속팀 전남으로부터 '임의탈퇴' 징계를 조치를 받은 이천수는 그 이후 4년 동안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타 리그에 도전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맛봤다. 이천수가 누비고 싶은 무대는 오직 K리그뿐이었다.
이천수는 국내무대 복귀를 위해 마음을 고쳐먹었다. '악동'시절의 자만심을 버리고 낮은 자세에서 용서를 구하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전남 구단과 팬들을 꾸준히 찾아가 진심어린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또 있었다. 이천수가 전남 관계자들의 마음을 되돌린다 해도 K리그 클래식에 그를 받아줄 팀이 있느냐가 더 큰 문제였다. 스타성만큼은 여전히 K리그 선수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지만 과거 수많은 말썽을 저지른 이천수를 영입한다는 것은 모든 구단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때 이천수에게 손을 내민 구단이 나타났다. 바로 이천수의 '고향팀' 인천이었다. 특히 부평고등학교 선배이자 새롭게 인천의 사령탑에 오른 김봉길(47) 감독이 '이천수 구원자'를 자청하고 나섰다.
결국 이천수는지난 2월 "말보다는 행동으로 내 진심을 팬들에게 전하겠다. 시즌이 끝날 때는 팬들의 비난이 환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인천에 공식 입단했다.
이후부터 김 감독의 '이천수 길들이기'가 시작됐다. 단 지금까지의 지도자들과는 방법이 달랐다. 김 감독은 사고뭉치 이천수를 제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보단 인간적인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김 감독은 힘겨운 과정 끝에 K리그로 돌아온 이천수에게 "어떤 선수나 오랜 공백기를 가진 뒤 현역으로 복귀하게 되면 몸이 안 따라주기 마련이다.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기량을 끌어올리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김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이천수를 순식간에 인천에 녹아들게 만들었다. 선후배간의 격차가 큰 인천에 중고참인 이천수가 합류하자 팀 분위기는 한층 화기애애해졌다. 지난 시즌 말부터 시작된 '봉길 매직'은 이천수의 가세 이후 더욱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인천은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리그 상위권을 유지했고 선수들의 평균적인 경기력도 전 구단을 통틀어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특히 이천수와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썼던 인천의 주장 김남일(36) 같은 경우에는 무서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며 2010남아공월드컵 이후 3년 만에 대표팀에 재발탁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천수 역시 인천 선수들과 함께 하며 급속도로 예전 기량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는 시즌 5번째 출전 경기인 전북현대전에서 첫 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1 승리를 견인했다. 몸이 풀린 이천수는 이후 2개의 도움을 더 기록(10라운드 현재 1골4도움)하며 인천의 '특급 도우미'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물오른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이천수의 시즌 마수걸이 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특히 제주유나이티드와의 리그 11라운드 홈경기에서는 이천수가 때린 회심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팀의 성적과 경기력을 놀라운 수준으로 끌어올린 '봉길 매직'도 이천수의 첫 득점만큼은 좀처럼 만들어내지 못했다.
당시 김 감독은 "지금 이천수의 체력이나 스피드는 거의 전성기 시절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앞으로 몇 경기만 더 치르면 분명히 득점 부문에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라고 득점에 굶주린 이천수를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천수는 더욱 노력했고 김 감독도 프로로서의 열정을 불태우는 제자에게 꾸준히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이천수의 실력에 대한 김 감독의 믿음의 표시였다.
터질 듯 터질 듯 터지지 않던 이천수의 첫 골은 결국 시즌 두 자릿수(10번째 경기) 출전을 채운 뒤에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 상대는 올 시즌 홈경기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던 부산이었다.
이천수는 전반 12분 한교원이 내준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든든한 지원자가 돼 준 김 감독 덕분에 1464일 만에 K리그에서 골맛을 본 이천수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터치라인 부근까지 달려갔고 뒤따라온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김 감독은 이날 이천수의 득점포가 재가동되며 사실상 이번 시즌 상반기에 풀어야 할 숙제를 대부분 해결하게 됐다. 봉길매직의 '화룡점정'을 찍은 셈이다. 이제 막 정규 라운드(26라운드)의 절반을 지난 시점에서 왕년 'K리그 끝판왕'의 부활 신호탄이 터진 이상 인천도 남은 시즌 동안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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