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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장관이었던 구텐베르크의 어제와 오늘!
독일은 한 세기에 세계대전을 두 번이나 일으킨 나라다. 그럼에도 지금 프랑스와 더불어 유럽연합을 이끌어 간다. 그 힘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힘이라기보다는 그 신뢰는 어디에서 생겨나는 것일까? 어느 기자가 이야기 하였듯이, 빌리브란트 수상을 시작으로 조상들이 엎질러 놓은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무릎을 꿇었다. 이들의 피 속엔 내일을 위해, 지나간 날에 대한 오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냉철한 무엇인가가 흐르고 있다.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독일 논문표절 사건! 국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안은 체 승승장구하던 젊은 정치인 구텐베르크 국방부장관이 그 주인공이다. 37세라는 최연소 경제장관에 이어 국방부장관에 올랐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능력은 대단하다’며 메르켈 독일총리조차 옹호하였던 그! 어느 여론조사 결과 대다수의 국민들이 용서한다고 할 정도도 기대와 신임이 두터웠던 그! 징병제 폐지 때문인가? 젊은 층으로부터도 인기를 누렸던 그! CDU(독일 기독교 민주연합)의 차기 주자로까지 기대할 정도로 희망의 정치인이었던 그! 조금 너그럽게 생각한다면 그의 박사학위가 거짓이었다 할지라도 그것과는 관계없이 현실적으로 잘 하고 있는 인기 정치인이다. 하지만 그는 오래 끌지 않았다. 많은 미련을 접은 채 사퇴하고야 말았다.

그의 사퇴는 야당의 거센 반발과 동료 박사학위 이수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논문을 심사하고 부여한 대학의 분노에 항복하고 만 꼴이 되었다. 그 뿐만은 아니다. 법을 어긴 자는 정치인이든 누구든 용서받을 수 없다는 대다수의 사고와 예외는 통하지 않는다는 공의로움의 승리다. 이것이 바로 그가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무언의 힘이라 생각한다.

오래 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공무로 누적된 마일리지를 가족들의 여행에 사용하였던 어느 독일 국회의원의 사퇴를 떠오르게 한다.

이들의 피 속에 흐르고 있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일반적인 사회적 정서! 이유 없이 피해를 보지도 않으려고 하지만 먼저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으려는 개인주의! 많은 공국으로 존재하였기에 주변국들로 부터 피의 댓가를 치루고 배웠던 하나 되지 않으면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는 두려움! 공공의 질서를 파괴하거나 법을 어기고는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하는 그 무엇! 이웃이라 할지라도 잘못에 대해선 용서하지 않는 그 무서움! 반면에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도 변명하지 않고 대체로 잘 시인하고 책임을 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 냉정하고 잔인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바로 이런 것들이 자기만을 위해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나로 뭉치게 하는 특별한 힘이 되어 기대 정치인조차도 물러나게 하였다.

두고 볼 일이긴 하지만, 그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였기 때문에 적어도 그의 인격은 지금에서 머룰 수 있을지 모른다. 진정성이 없는 회개나 댓가를 치루지 않은 용서는 의미가 없다. 스스로 책임을 통감해서 물러났던 아니면 거센 반발로 물러났던,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 진실로 회개를 하고 돌이켜 뼈를 깎는 용서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다면 그는 도리어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재기하게 될는지도…. 하기 나름이긴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니까.

민형석 독일통신원 sky8291@yahoo.co.kr 블로그 http://blog.daum.net/germany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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