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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 '홍도야 울지 마라' 신파전이 들어 왔다고 해서 보러 갔었다.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중년 이상의 분들이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고향을 잊지 못하는 연세들 이시기에 고향에서 온 이야기는 뭐든 찾아 오시는 것 같다.

내가 '홍도야 울지 마라'를 처음 보았던 것은 7살 때로 기억된다. 우리 동네에서 멀리 않은 곳에 천막을 치고 연극무대가 들어 와서 공연을 했었다. 무대에 오른 무명 배우들의 짙은 화장만 보아도 호기심이 들던 때였다. 그런데 수 십 년만에 워싱턴에서 다시 보게 된 것이다.
 

내용은, 홍도는 집이 가난해 돈이 없어 고등고시 공부를 계속 할 수 없었던 하나 밖에 없던 오빠를 위해 기생이 된다. 기생이 되어 벌은 그 돈으로 오빠를 공부시키고 아버지를 봉양하는데 처음에는 경리직에 취직을 해서 벌은 돈이라고 거짖말을 하지만 결국은 오빠가 알게 돼  기생질을 하면서 벌은 더러운 돈이라고 구박을 받으면서도 오빠를 원망하지 않고  끝까지 뒷바라지 해서 결국은 그녀의 오빠는 판사가 되고, 또한 그때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최영호라는 부잣집 자식이 홍도한테 반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홍도와 결혼을 한다.

그때 부터 기생출신의 천한 신분의 며느리 라고 시집 사람들의 온갖 구박에 시달리며 살다가 결국은 외간남자와 내통을 했다는 시댁 식구들의  모함에 아들도 뺏기고 시집에서 쫓겨나는 홍도, 그 모진 학대 속에 나중에는 정신 병자가 되어 거리를 헤매다 춥고 배고파 다시 전에 있던 기생 집을 찾아가는 불쌍 한 홍도!

 

그러나 자신이 난 아들이 보고싶어 견디지 못하고 다시 시집을 찾아갔는데 그녀를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은 그녀 말을 들어 보지도 않고 더러운 여자라고 하면서 전에 따라다니던 여자 하고 약혼을 하려던 장면을 목격하는데…. 남편을 빼앗기고 자식마져 빼앗긴 홍도는 정신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던 중 남편과 약혼하려던 여자를 칼로 찌르고 결국 살인자가 되는 불쌍한 여자!
 
가족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던졌던 홍도!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은 누가 오빠를 공부시키겠다고 기생이 되겠냐 만은 춥고 배고프던 그 시절, 나라 잃은 슬픔이 벽을 넘고 산을 넘어 온 국민이 함께 어두웠던 시절,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은 홍도라는 한 여자의 인생 뿐만이 아니라 그 시절을 살아낸 많은 여인들의 한을 대변한 인생이었고 또 지금처럼 잘 살때 보다도 가난하고 어려울수록  가족애는 더 따뜻하다는 것을 홍도를 통해 볼 수 있었다.

임국희 Kookhi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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