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어제는 워싱턴 월드 뱅크로 파견 나온 한국남자 분을 만났다. 한국에 계신 아는 분의 부탁으로 내가 워싱턴에 오래 살았으니까 혹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도와드리라는 부탁을 일찌감치 받았었는데 연락이 닿지 않다가 이제야 겨우 만나 뵙게 되었다.

내가 아는 분은 연세가 좀 있으셔서 그분하고 비슷한 연배 일 거라는 상상을 하고 나갔는데 아주 깔끔하고 세련된 젊은 남자 분이었다. 또 나는 빈손으로 나갔는데 그분은 고맙게도 한국에서 만들었다는 아주 예쁜 컵을 선물로 주었다. 나이를 물어보니 한국에 살고 있는 내 막내 남동생과 비슷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일단 한국사람을 만나면 누구를 막논하고 무척 반갑다. 아마 그건 한국말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세대는 다를지 라도 뭔가 그래도 정서적으로 통하는 것 같아서다.  그분이 일하는 곳은 워싱턴 시내에 있는 월드뱅크인데 그 전까지 나는 월드뱅크란, 또 다른 이름의 세계적인 은행인줄로만 알았다가 그곳이 뭐하는 곳인지를 알게 되었는데 유엔이 세계재난을 위해 준비된 곳이라면 월드 뱅크는 세계 각 나라의 노동 시장에 재난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경제 능력을 체크해서 부족한 곳이 있으면 돈을 빌려 주기도 하고 그냥 원조를 해주기도 하는 그런 곳이라고 했다.

그 한국남자분은 대단히 유능한 분 같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어마어마한 곳에서 세계적인 사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다. 그분은 여기 워싱턴에서는 3년만 근무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한국에 아는 분이 나한테 뭐든 도움이 되어 주라고 하셨지만 이미 그분은 알아서 잘 살고 있는 듯 했다.

그 남자분이 한국에 있는 내 막내 동생하고 비슷한 나이라서 그런지 남동생이 생각났다. 내 남동생은 나이 40이 다 되도록 결혼은 커녕 지금은 직업도 변변히 없다는 소식이다. 남동생은 학원 수학 선생이었는데 이제는 어느 사이비 종교에 심취해 있다고 하고 그 좋은 실력도 발휘하지 못하고 직장도 있다가 없다가 하면서 홀로 계신 우리 엄마 애간장을 태운다는 소릴 들었다.

나는, 그 한국남자 손님을 보면서 우리 남동생하고 비교가 되어 속으로는 무척 부러웠다. 우리 남동생도 참한 색시도 얻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실력도 발휘하면서 살고 있다면 우리 엄마가 얼마나 좋아 하실까? 나는 오래 떨어져 살아 그런지사실 내 남동생과는 별로 정이 없다. 하지만 엄마를 생각해서 남동생이 잘 됐으면 좋겠다. 불교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있는데 어제 만난 한국분도 앞으로 워싱턴에서 남은 기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미국생활이 되기를 진심으로 빌어 드린다.

임국희 Kookhi7@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