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이후 격랑의 한반도] ⑤·끝 남북관계 어디로

김정은 체제 대화 손 내밀 수도… ‘첫 단추’ 잘 끼워야 해빙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우리 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 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더욱 더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돼 버렸다. 발빠르게 김정은 체제와 ‘소통’을 시작한 미국·중국과 달리 한국은 주도권을 잃은 형국이다. 남북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으면 주변국이 조성하는 한반도 정세에 끌려다닐 위험이 크다.

첫 단추부터가 쉽지 않다. 김 위원장 조문 논란으로 남남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북한은 매체를 통해 남측 조문단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모든 것은 남한 당국에 달렸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대북정책을 시험대에 올려놨다.

후계자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북한의 새로운 권부는 남북관계에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이 처한 대내외 여건상 남한에 대한 무력도발 가능성은 높지 않고, 대북 협상력이 큰 중국, 미국 등 주변국들의 대북관계 역시 개선될 개연성이 크다. 김정은 체제는 내년에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을 앞세워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을 강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조문 정국’을 슬기롭게 넘기면 안정적 대화 채널 복원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금강산 관광 등 산적한 남북 간 현안을 해결하는 돌파구가 마련되는 획기적 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남남 갈등’에 함몰돼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면 관계 복원은 더욱 더 어렵게 될 확률이 크다.

북한의 안정적 변화를 위한 여지를 마련해 주려면 새로운 대북정책과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중장기 대북전략을 수립하기는 쉽지 않다. ‘강·온 전략’을 고민하는 지점은 보혁 시각차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5·24 대북 조치도 관건이다. 그대로 두면 남북관계 해빙에 한계가 있고, 해제할 경우에는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진정한 실용주의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접근이 다소 유연해질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있다. 강경한 원칙을 내세우는 쪽에서는 살짝 부드러워졌지만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 정부가 다소 유연해졌다고는 하지만 착시현상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금강산관광 재개와 북한 핵프로그램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험로를 건너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김정은 체제는 신년공동사설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정부도 국제정세 흐름을 잘 읽고 배후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보은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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