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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로 가린 정치민주화

입력 : 2012-07-26 11:04:22 수정 : 2012-07-27 19: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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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가 경제민주화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 5월30일 개원하자마자 여야(與野) 없이 각종 경제민주화 법률안을 앞세워 소위 ‘재벌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출자총액제한제도, 지주회사 제도, 금산분리법, 순환출자 개선 등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건드렸다면 이번엔 재벌 총수들의 횡령·배임 행위 등 경제범죄에 대해 인신구속을 하는 강도 높은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그것도 믿었던(?)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앞장섰다. 법안 선점을 당한 민주당은 무더기 입법으로 민심을 만회하려 하면서 재계 옥죄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지난 5일 창립한 국회 경제민주화 포럼

하드웨어적 법안들은 국회가 여소야대건 야대여소였건 관계없이 그동안 정치인들과 국정통수권자의 입맛에 맞게 변화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출총제다. 이 제도는 계열사 간 과도한 출자로 대기업 집단의 소유지배구조 왜곡을 억제하기 위해 1987년 4월부터 도입했다가 1998년 2월 한때 폐지했다. 2001년 4월 출자총액상한을 순자산의 25%로 규제하면서 재도입했다.

이것을 이명박 정권은 2009년에 다시 폐지하는 등 정권별로 법률을 죽였다 살렸다 정략적으로 쥐락펴락했다. 늘 명분은 경제 살리기에 있었기 때문에 민심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MB노믹스'로 불리는 친기업 정책을 펼친 이명박 정권이 집권말기가 되자 민심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들불처럼 번졌던 ’월가 점령‘ 시위의 동일선상이다.

게다가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면서 각 정당별, 대선 주자별로 99%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표(票)퓰리즘'까지 겹치면서 반기업 정서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몇 년간 대기업은 글로벌 경제 위기를 앞세워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그 결과 1000%가 넘는 높은 유보율을 기록하면서 투자에 인색한 대기업이란 눈총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들로 하여금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상권을 거침없이 유린하는 비정함을 목격하게 했다.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와 민의를 대변하는 정치권의 대기업 옥죄기 법안이 나온 배경이다.

최근 참여연대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성인남녀 1천명에게 물어 본 결과 70%가 '공감한다', 즉 찬성의 뜻을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재벌의 지배력 개혁, 중소상인 영역 침해 근절, 대기업 독점·특혜 개혁 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제민주화를 가장 잘할 정당으로는 새누리당이 민주당을 10%가량 앞섰다. 정책 선점의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이쯤에서 우리 정치권이 언제부터 민의를 이처럼 '산뜻하게' 대변했는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민생법안은 외면한 채 늘 제 식구를 위한 방탄국회를 일삼던 국회 아니던가. 또 당내 부정선거와 폭력사태에 이은 제명논란이 현재 진행형이고, 정략적으로 대법관 임명동의를 미루는 바람에 사법권을 마비시킨 주범들이다.

민주주의는 삼권분립이 절대적 균형을 이룰 때 안정된 국가 존립 이념이 된다. 봇물 같은 경제민주화 입법 이면에 여전히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정치민주화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가 삼류는 아니기 때문이다.

유성호 기자(경제매거진
에콘브레인 편집장 / shy19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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