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에 멍든 프로스포츠] (상) 프로농구도 청정지역 아니다

져주기·시즌포기 공공연한 비밀…"곪은 상처 결국 터졌다"
순위 굳어진 시즌 막바지 되면 감독 친분따라 승패결정설 파다
하위권 드래프트 지명권 노려…중위권팀 대놓고 불성실 경기도

프로농구 원주 동부의 강동희(47)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체육계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심심하면 터지던 문제이기는 하지만 4대 프로스포츠 모두가 승부조작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감독까지 연루될 수 있다는 점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스포츠에 발 담근 어느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프로축구를 시작으로 야구와 배구까지 번졌던 승부조작의 홍역을 농구만은 비껴가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프로농구가 승부조작에 연루될 가능성이 작아서가 아니었다. 금품이 오간 것만 밝혀지지 않았지 프로농구는 이미 ‘져주기’, ‘시즌 포기’ 등의 말이 공공연히 나돈 지 오래였다.

이번 프로농구 승부조작 사건은 잘못된 선택을 한 강 감독과 그를 유혹한 세력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런 승부조작이 이뤄질 수 있었던 바탕에는 농구계 전반에 퍼진 도덕 불감증과 제도적인 허점을 이용하는 구단 이기주의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로농구에서는 시즌 막바지가 되면 상위팀이 하위권 팀에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어느 정도 순위가 굳어진 상황에서는 감독들의 친분관계에 따라 승패가 결정난다는 설이 파다했다. 명분도 좋았다. 플레이오프에 대비해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벤치 멤버의 경기력을 끌어올린다는 이유였다.

강 감독이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2011년 3월11일 오리온스와의 경기에도 강 감독은 “김주성, 윤호영 등의 몸 상태가 좋지 못해 엔트리에서 뺐다”고 핑계를 댔다. 물론 순위가 정해진 상황에서 매 경기 총력을 기울일 수는 없지만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킬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2년 전 동부-오리온스 경기에서 정규리그 4위 동부가 최하위 오리온스에 무려 21점 차로 패한 예에서 보듯 프로로서의 기본마저 내팽개친 경기가 그동안 상당수 있었다.

이렇게 시즌 막판이 되면 불성실한 경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 바로 승부조작이 쉽게 이뤄지는 바탕이 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 내내 코트 주위를 유령처럼 맴도는 ‘져주기 의혹’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니다. 승부조작 브로커들은 틈만 보이면 곧바로 파고들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는 중위권 팀들이 6강 플레이오프 대신 올해 10월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을 노리고 하위권으로 자진해서 내려가려 한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바로 이런 풍토가 승부 조작 브로커들을 농구장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신인 드래프트 상위 지명 확률을 조정한 지난달 KBL 이사회에서 확률 변경안을 올해 드래프트가 아닌 2014년 드래프트가 돼서야 적용하기로 한 결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제도는 없다. 제도 자체를 탓하기보다 구성원들이 제도를 어떻게 준수하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완벽성이 달라진다.

강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8일 KBL은 긴급 이사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를 주재한 한선교 KBL 총재는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데 송구스럽다”며 “리그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검찰이나 법원의 결정 뒤에 구체적인 대책들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김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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