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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SOFA·함량미달 병사 …법질서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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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3-13 00:20:42 수정 : 2013-03-13 00: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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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포트] 끊이지 않는 주한미군 범죄
도심 난동·성폭행 등 흉포화…병력 대비 범죄건수 증가세
韓, 현행범 체포 때만 조사 가능…SOFA 독소조항이 걸림돌로
한반도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와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를 빌미로 휴전선과 동·서해 북방한계선(NNL)에서 무력도발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동맹이 북한에 조금이라도 틈을 보인다면 어떤 사태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민감한 시점에 한·미 양국의 상호신뢰가 내부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최근 한국의 법질서를 위협하는 주한미군 범죄가 잇따라 터지면서 미군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끊이지 않는 주한미군 범죄


지난 2일 심야 미군 3명이 서울 거리에서 시민들에 비비탄을 쏘고 단속 경찰을 향해 차를 돌진시키는 난동을 부린 후 미군 부대 내로 도주했다. 이들은 미국 같았으면 즉시 체포돼 조사받았겠지만 한국 경찰이 미군 당국에 신병인도 요청을 해 허락을 얻은 후에야 겨우 출석 또는 방문 조사에 응했다. 미군들의 안하무인 태도와 한국 사법당국의 무능에 대해 비난이 커진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미군 범죄가 끊이지 않는 데 있다. 8일에는 미군 군무원이 평택에서 자신과 차량 접촉사고가 날 뻔한 한국인을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는 미군 6명이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20대 여성을 성희롱하고 달아났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군 범죄자는 2008년 261명에서 2009년 325명, 2010년 380명으로 증가했다가 미군 측이 주한미군 병사의 10대 소년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야간통행금지를 실시하면서 2011년 341명, 2012년 294명으로 소폭 줄었다. 하지만 2004년 3만9997명이었던 주한미군이 매년 감소해 최근 2만8500여명까지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병력대비 건수는 늘어난 셈이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미군범죄의 1차적 원인으로 불합리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을 꼽는다. 현행 SOFA에 따르면 한국 경찰이 현행범으로 체포한 때에만 1차 조사를 할 수 있고 현장에서 붙잡지 못하면 미군 측에 출석 요구를 할 수 있지만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어서 미군범죄가 근절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교부의 해명


그러나 SOFA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외교부는 주한미군 범죄의 원인을 지나치게 SOFA 문제로만 보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한·미는 이미 지난해 5월 SOFA 협정의 독소조항인 ‘신병 인도 후 24시간 이내 기소’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상당한 개선을 이뤘다는 것이다. .

이 독소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일본, 독일 등의 SOFA에 비해 뒤지지 않는 수준이 됐다고 외교부는 자평하고 있다. 실제로 C하사 일행의 도심 난동 사건은 우리 경찰의 신병인도 요구에 미군 당국이 협조하면서 관련 병사가 모두 출두조사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 2일 밤 서울 도심에서 난동을 부리고 차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는 주한미군 D상병이 6일 대질심문을 받기 위해 얼굴을 가린 채 서울 용산경찰서로 출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군의 질적 저하도 원인


하지만 한국의 신병인도 요청에 미군이 ‘호의적’ 고려를 한다는 규정은 미군의 판단에 따라 처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불씨는 여전하다. 시민단체들은 국민의 관심이 높을 때는 미군이 이번처럼 협조적이지만 관심이 낮으면 달라진다며 SOFA의 근본적 개정을 주장한다. 지난해 7월 평택에서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워 큰 파문을 일으켰던 미 헌병 7명 중 5명이 최근 재판도 받지 않고 출국한 것이 대표적인 예로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범죄의 증가가 SOFA 외에도 미군 내부의 여러 가지 복합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군 당국이 이라크·아프간 전쟁을 수행하면서 신병 모집이 어렵자 함량미달의 신병을 무분별하게 뽑으면서 군대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2008년 나온 미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강도나 폭행 등 중범죄 전과가 있는 미군 신병이 2006년 249명(미 육군 기준)에서 2007년 511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참전 후 돌아온 미군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도 심각하다. 2003년 이라크전이 발발한 후 5년간 전쟁에서 복귀한 미군의 알코올 남용 건수는 2배, 가정폭력은 3배로 늘었고 강간 사건도 3.8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미군 범죄를 막기 위해선 병사들에 대한 미군 당국의 관리 통제능력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로 꼽힌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은 “2005년 평택 미군기지 문제 등으로 미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때 미군 범죄가 주춤했고, 2011년에 미군의 서울 마포 여고생 성폭행 사건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다음해 미군 범죄가 줄어들었다”면서 “이는 미군 측이 제대로 통제하면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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