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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포트] 北 또 '벼랑끝 전술'…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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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02 19:41:42 수정 : 2013-04-02 19:4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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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vs 北, 유엔제재후 强 대 强 ‘치킨게임’… 中, 중재 나서야
북한이 또다시 ‘벼랑끝 전술’은 펴고 있다. 북핵 위기 때마다 반복돼온 행태이기는 하나 이번엔 위협 강도가 한층 세졌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 성공과 지난 2월 3차 핵실험을 계기로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북한 위협 체감지수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한편으론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반복되면서 북한의 도발 위협에 신경이 무뎌진 측면도 있다. 이른바 ‘학습효과’다. 북한이 애써 조성한 한반도 위기 국면 속에서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우려할 정도로 남한 사회는 평온하다.

◆북한 ‘벼랑끝 전술’에 대한 한·미의 학습효과

벼랑끝 전략은 의도적 위기 조성 이후 위기 상황을 점진적으로 악화시켜 상대방의 양보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위협적 행동을 말한다. 국가정보원 3차장을 지낸 서훈 이화여대 초빙교수는 저서 ‘북한의 선군외교’에서 핵과 미사일을 외교정책 수단으로 동원하는 북한의 대미 외교행태를 ‘선군외교’로 개념화했다. ‘선군외교’는 2000년대 초반 노동당기관지 노동신문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외교 전법’을 소개한 데서 유래했다.

1993년∼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북한이 구사한 벼랑끝 전술은 선군외교 전략의 ‘교과서’로 불린다. 북한은 1993년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이후 2∼3개월 동안 벼랑끝 위협→강경한 맞대응→위기관리→협상진입 수순을 밟았다. 군사적 위협으로 시작해 결국 외교적 협상으로 종결되는 패턴이다.

일단 벼랑끝 전술을 시작하면 상대방에 상황 악화 책임을 떠넘기는 행위가 이어지고, 상대방이 위협을 ‘빈말’로 무시하지 않도록 호전적 행태를 과시하는 ‘악명 유지 전략’도 동원된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취한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과 남북 간 판문점 연락 채널 단절, 군 통신선 차단, 전시상황 선포 등의 행위가 여기에 포함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죽기 살기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으나 한·미의 학습효과가 크다”며 “북한은 전면전 대신 경계가 느슨해지는 순간을 노려 발뒤꿈치를 물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말로하는 위기조성 전술은 익숙한 패턴”이라며 “지속적인 위협적 언사는 대외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고, 북한의 이러한 의도를 알고 있는 한·미 양국은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무력시위를 통해 ‘공포의 균형’을 조성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문제는 제재 이후의 방향 설정이 없다는 점”이라며 “대북 제재까지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그 이후 상황에 대비한 구체적 전략이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후 도발 위협을 고조시키는 가운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11일 백령도 타격임무를 부여받은 제641군부대 산하 장거리포병 구분대를 시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미 연합훈련 이후가 국면전환의 분수령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적에게도 ‘추파’를 던지는 ‘저팔계식 외교’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 그렇지만 현 시점은 북한이 ‘추파’를 던지기도, 한·미 양국도 북한의 ‘추파’를 받아주기도 어려운 때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강대강 치킨게임이 진행되는 시점에서는 먼저 대화를 제의 하면 지는 것으로 인식되는 만큼 서로 한 발짝도 양보하기 어렵다”며 “이런 때는 중국이 중재에 나서 움직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김일성 주석 생일인 4월15일 전후로 특사를 보내 북한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동시에 한·미 양국을 대상으로 대북 대화를 설득함으로써 북·미와 남북 간 연쇄 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북한은 벼랑끝 전술을 유지하면서도 막후에서 베이징과 북·미 뉴욕채널을 활용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북·미 회담을 이끌어내곤 했다.

2003년 북한의 NPT 탈퇴 성명 직후 중국 첸지첸(錢琪琛) 부총리의 방북, 2005년 핵보유 선언 당시 김정일 위원장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면담,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강석주 외무성 부상과 6자회담 러시아 측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외무차관의 면담, 김정일 위원장과 탕자쉬안(唐家璇) 외교 담당 국무위원의 면담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이 서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한·미 독수리연습이 마무리되는 이달 말 이후 대화국면이 조성되지 못하면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 연구위원은 “이 시기를 놓치면 꽃게철이 도래하는데,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반복되는 꽃게철 해상 충돌이 발생하면 군사적 긴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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