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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만년설과 소금호수 사이…인간, 아름다운 경계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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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보다 낮은 거대한 소금물 호수
오아시스 같지만 마실 수 없는 ‘나쁜 물’
울퉁불퉁 벌판은 ‘악마의 골프 코스’
온갖 색깔의 바위는 ‘화가의 팔레트’
경이로운 풍경 만큼 지명도 재미있어
데스밸리의 주요 명소는 모두들 ‘어떻게 저런 풍경이 만들어졌을까’ 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데스밸리에는 평범한 곳에서 살아온 우리의 상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기이한 자연현상도 여럿이다.

데스밸리의 배드워터는 해수면보다 85.5m나 낮은 거대한 소금물 호수다. 주변의 3000m가 넘는 산에는 만년설이 쌓여 안개가 깔리면 사방이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인 장관을 만날 수 있다.
# ‘나쁜 물’과 ‘악마의 골프 코스’


자브리스키 포인트 다음으로 가볼 만한 곳은 배드 워터(Bad water·나쁜 물)다. 이곳은 해수면보다 85.5m가 낮은 데스밸리의 최저점으로 거대한 소금물 호수다. 왜 ‘나쁜 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입구 안내판의 설명은 이렇다.

금광을 좇아 캘리포니아를 찾은 사람들이 멀리서 이곳을 보고 물이 흐르는 계곡인 줄 알고 달려왔으나, 막상 도착해 보니 마실 수 없는 소금 호수인 것을 알고 낙담했다. 그래서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당시 이 물을 마시고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호수라고는 하지만, 물은 극히 일부에만 남아 있고 대부분은 바짝 말라붙었다. 그래서 하얀 소금 평원이 펼쳐진다. 배드 워터는 파나민트산맥이 둘러싸고 있다. 이 산맥의 최고봉인 텔리스코프는 해발고도가 3368m로, 정상에는 만년설이 덮여 있다. 바닥의 하얀 것은 소금이고 산 위의 하얀 것은 눈인데, 얼핏 봐선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여기에 하얀 안개까지 내려앉으면 푸른빛이 감도는 산줄기만 빼고 천지가 온통 하얀 색으로 뒤덮인 장관이 펼쳐진다.

소금물 호수가 말라붙으며 흙과 뒤섞인 소금이 바위처럼 굳어져 들판을 메우고 있는 데블스 골프 코스.
인근의 ‘데블스 골프 코스(Devil’s golf course)’도 소금이 빚어낸 희한한 풍경이다. 호수가 말라붙으며 흙과 섞여 울퉁불퉁한 바위처럼 굳어진 소금 결정이 너른 벌판을 메우고 있다. 악마가 아니면 이곳에서 골프 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극한의 지형이라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이제 이곳은 관광객들이 접이형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감상할 정도로 특별한 풍경으로 대접받고 있다.

‘아티스트 팔레트(Artist’s palette)’는 화가의 팔레트라는 이름 그대로 온갖 색깔의 바위가 이어져 있는 곳이다. 일방통행 도로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며 바위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단테스 뷰(dante’s view)’는 데스밸리 최고의 전망 포인트. 1669m의 전망대에 오르면 하얀 소금 평원과 하얀 눈으로 뒤덮인 텔리스코프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내려다본 데스밸리의 모습이 이탈리아의 작가 단테의 ‘신곡’에서 묘사된 지옥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데스밸리 동북쪽에는 스페인 스타일로 지어진 ‘스코티 캐슬(Scotty’s Castle)’이라는 대저택이 있다. 데스밸리에는 사구가 여러 곳이 있지만, 스코티 캐슬로 가는 길에 만나는 사구가 가장 크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모래언덕이 햇살을 받아 만드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는 사막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장 멋진 풍경이다.

# 움직이는 바위가 그린 궤적

하루 이틀 머무는 여행자들이 실제 볼 수는 없지만, 데스밸리에서는 커다란 바위들이 스스로 움직이는 불가사의한 자연현상이 벌어진다. 얼마 전에 발간된 ‘지구의 물음에 과학이 답하다’(이랑)라는 책에도 데스밸리의 ‘살아 움직이는 바위’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다.

경사가 전혀 없는 사막의 바닥에 육중한 바위들이 움직인 흔적이 잇따라 발견됐다. 어떤 바위는 320㎏이나 되고, 또 어떤 바위는 880m를 이동했다. 이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이 몇 년 동안이나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매달려 왔으나, 아직도 이 수수께끼는 명쾌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이론은 기온이 떨어진 밤에 얼음에 싸인 바위가 살짝 언 사막을 미끄러지고, 여기에 강한 바람이 불며 바위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을 제시한 과학자도 여전히 만족하지 하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불가사의한 자연현상까지 보태져 데스밸리를 찾는 관광객들은 매년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데스밸리(캘리포니아)=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여행 정보

데스밸리에서 가장 가까운 대도시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서쪽으로 225㎞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3시간쯤 걸린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북서쪽으로 480㎞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5시쯤 걸린다. 더위를 피해 봄과 가을에 여행할 때도 고지대 도로에 눈이 쌓여 통행이 금지된 곳이 없는지 잘 살펴야 한다. 시에라 네바다산맥을 넘어 요세미티국립공원으로 직행하는 티오가 패스(Tioga pass)는 3300m를 지나는 도로로, 6∼8월에만 통행이 가능하다. 퍼니스 크릭에 호텔(www.furnacecreekresort.com)이 있으나, 숙박비가 꽤 비싸다. 데스밸리 외곽의 작은 도시인 비숍(Bishop)이나 리지크레스트(Ridgecrest)에 적당한 가격의 모텔이 여러 개 있다. 데스밸리 안에는 모두 9개의 야영장이 있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 운영하지 않으며, 10∼4월에만 이용할 수 있다. 캠핑을 할 경우 데스밸리 안에서는 식료품 가격도 비싸므로 밖에서 사서 들어오는 게 좋다. 퍼니스 크릭에 방문자 안내소(www.nps.gov/deva)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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