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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땅 美 데스밸리…불모지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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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개척시대 '죽음의 계곡'으로 악명 떨쳤던 곳
척박한 땅 곳곳에 인간의 상상력 뛰어넘는
신비한 아름다움 숨겨져 있어
데스밸리(Death Valley). 죽음의 계곡이라는 뜻이니 사람들이 즐겨 찾는 국립공원에는 참 안 어울리는 이름이다. 황폐와 고립, 공포 등이 연상되는 이 섬뜩한 이름 그대로 데스밸리는 사람이 견디기 힘든 극한의 기후 속에 메마른 황무지와 뜨거운 모래땅이 펼쳐진다.

그런데 이 척박한 땅 곳곳에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숨겨져 있다. 수많은 동식물이 아무것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이곳에서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간다. 자연의 경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매력 넘치는 여행지가 바로 데스밸리다. 그래서 더위와 갈증에 시달려야 하는 악조건에서도 매년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

데스밸리는 이름 그대로 사람이 살기 힘들 정도로 메마르고 뜨거운 땅이지만 진기한 풍경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호수가 말라붙어 생성된 지형인 자브리스키 포인트는 데스밸리 최고의 명소다. 얼마 전에는 유명 골프채 광고가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 북미에서 가장 뜨겁고 건조한 땅


데스밸리는 미국에서 세 번째로 넓은 국립공원이다. 면적이 1만1200㎡로 제주도의 7배나 되는 거대한 공원이다. 대부분 캘리포니아주에 속하고, 동쪽 모퉁이 한쪽만 네바다주에 걸쳐 있다.

이름의 유래는 19세기 서부개척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849년 캘리포니아로 이주하던 개척민들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판단해 이곳을 통과하다 죽을 고생을 한 후로 이곳의 이름을 데스밸리라고 지었다고 한다. 그 후 이주민들이 이곳에서 더위와 물 부족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자주 발생하며 데스밸리는 실제 죽음의 계곡으로 악명을 떨쳤다.

데스밸리는 북미 대륙에서 가장 뜨겁고, 가장 건조하고, 가장 낮은 곳이다.

데스밸리는 사하라사막과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 어딘가를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13년 7월13일 데스밸리의 기온은 섭씨 56.67도를 기록했다. 이는 9년 뒤인 1922년 사하라 사막에서 57.78도가 관측되기 전 지구상 최고기온이었다. 1917년에는 43일 연속 48.89도를 넘기도 했다.

또 데스밸리의 연평균 강우량은 5.08㎝ 이하다. 1929년과 1953년에는 1년 내내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고, 1931년부터 1934년까지 40개월 동안 단 1.63㎝의 비만 내린 기록도 있다. 그리고 이곳의 최저지점인 배드 워터(Bad water)는 해수면보다 무려 85.5m나 낮다.

거대한 분지인 데스밸리에는 메마른 황무지와 사막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같이 뜨겁고 메마르다 보니 여름에는 여행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여름에 이곳에 들어왔다가 엔진이 과열되는 등 자동차에 이상이 생겨 고생했다는 여행자가 적지 않다. 그래서 여름에 이곳을 찾을 때는 자동차 냉각수를 점검하고 스페어 타이어를 챙겨야 한다. 2시간 정도 달리면 차를 세우고 엔진을 식히라는 권고도 있다. 마실 물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여름에 작은 생수병 하나 들고 트레킹에 나섰다 목숨을 잃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데스밸리는 10월에서 이듬해 4월 사이에 주로 찾게 된다. 겨울에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나 세쿼이아 국립공원 등 산악지대에 눈이 많이 내려 도로가 통제된다. 그래서 캘리포니아의 다른 국립공원과 연계해서 여행하려면 4∼5월이 가장 적당하다.

데스밸리에 들어올 때는 밖에서 자동차 기름을 가득 채우는 게 좋다. 데스밸리 안에 주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국립공원 밖보다 50% 이상 비싸다.

거칠고 메마른 데스밸리에서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야생화.
# 데스밸리 최고의 풍광 지닌 데브라스키


4월 초 데스밸리의 서남쪽 외곽에 위치한 리지크레스트(Ridgecrest)라는 소도시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 일찍 데스밸리로 출발했다. 데스밸리는 파나민트산맥과 아마르고사산맥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분지다. 파나민트산맥을 넘자 나무 한 그루 없는 광활한 황무지가 펼쳐진다. 서부개척시대 이주민들이 쓸쓸함과 적막함을 느꼈을 이곳에서 요즘 여행자들은 잘 닦여진 도로 위를 달리며 낭만을 만끽한다.

데스밸리 여행은 대개 퍼니스 크릭(Furnace creek)에서 출발한다.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곳으로, 숙박시설·식당·주유소와 관광안내소가 있다. 퍼니스 크릭 근처에 데스밸리의 명소 중 하나인 자브리스키 포인트가 있다. 전망대에 서면 굴곡진 언덕이 겹치고 반복되는 극적인 형태가 눈앞에 펼쳐진다. 원래는 갈색이지만 햇빛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색깔이 변하며, 특히 일출 때 황금색으로 물든 장면이 백미다. 1000만 년 전 이곳은 호수였다. 호숫물이 말라붙으며 바닥에 쌓였던 진흙과 퇴적물이 굳으며 이 같은 희한한 지형을 빚어냈다.

데스밸리(캘리포니아)=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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