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무늬만 문민화' 국방부, 주요 보직 軍출신 중용

관련이슈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입력 : 2013-05-02 13:45:57 수정 : 2013-05-02 13:45:5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군·민간인 상호보완 통해 업무효율 증대·안보역량 강화
역대정권 군개혁 ‘단골메뉴’
잇단 北위협에 변죽만 울려
무기도입 중복 등 우려 커져
민간인 실질적 역할보장 필요
국방문민화. 말 그대로 국방업무에서 민간의 역할을 증대하고 강화한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는 군에 대한 문민통제라는 넓은 의미로 해석된다. 헌법에 선거로 뽑힌 대통령을 군 최고통수권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과거 군부독재 시절엔 문민통제 규정이 유명무실화했다. 문민정부를 주창하고 나선 김영삼 대통령이 군 사조직을 척결한 이후 문민통제가 정착됐다.

지금 시점에서 국방문민화는 군과 민간이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돼 국방업무의 효율성을 꾀하고 궁극적으로는 안보 역량을 높이자는 의미를 갖는다. 군은 작전과 전투가 전문이고 민간인은 정책과 행정 등 기타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춰 시너지를 내려면 양쪽의 장점을 모두 살려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국의 현 국방체제에서는 민간 출신이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만한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무늬만 문민화’를 넘어 안보 토대를 강화한다는 목표를 실현할 제대로 된 국방문민화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 국방업무 원칙은 문민화, 현실은 군 중심


국방업무를 문민화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역대 정권에서 별 이견이 없었다. 노무현정부는 국방문민화를 법제화했고 이명박정부 때는 2010년 12월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마련한 71개 국방개혁 과제에 국방문민화가 포함됐다. 이번 정부 들어서도 국방부의 대통령직인수위 보고에 국방문민화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에 맞서 안보를 강화하려고 추진한 국방문민화는 역설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한 안보문제 전문가는 “북한과 수십년간 대치하면서 매일매일 이를 해결하는 게 안보당국의 절체절명의 과제였다”며 “군이 북한의 위협을 막는 1차적인 역할을 계속해 오는 상황에서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은 우선순위나 신뢰도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첫 외교안보라인 구성에서 군 출신을 많이 발탁한 배경에 북한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이런 설명과 궤를 같이한다. 이 전문가는 “북한의 안보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군 작전 경험이 있는 쪽을 선호하게 마련”이라며 “역대 대통령이 유사한 고민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2011년 인터뷰에서 “순수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은 우리나라 안보환경이 안정되고 긴장이 완화된다면 자연히 나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군 소식통은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 시대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늘 있었지만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안보상황이 항상 먼저 고려됐다”고 전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국방부 근무인원 중 군인이 아닌 공무원 비율은 70%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주요 직위는 예비역이 다수를 차지해 ‘무늬만 문민화’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방문민화로 육해공 3군의 이해관계 넘어서야

국방문민화가 국방개혁 일환으로 추진된 것은 국방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군 출신 국방장관은 육해공 3군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균형 있게 객관적으로 국방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데 민간 출신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국방부가 육군 위주의 ‘육방부’라는 비판이 다시 적용된다.

국회 관계자는 “그동안 국방부 고위직을 살펴보면 대다수가 육군 장성이 전역한 뒤 오는 경우였다”며 “예비역이 법적으로는 민간인이지만 육사 선후배 관계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육군이 가장 규모도 크고 그에 따른 영향력이 강해 해·공군이 이에 반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례로 이명박정부 당시 추진됐던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안이 무산된 것은 해·공군의 참모총장이 육군 출신 합참의장의 지휘를 받는 것에 대한 해·공군의 반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안팎에서는 부대 재배치를 통한 효율화가 지체되거나 각 군이 도입하는 무기체계가 중복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료는 “민간인 출신의 객관적·균형적 시각으로 3군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고 국방경영의 효율성을 증진해야 한다”며 “군은 오로지 전투임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무늬만 문민화’ 아닌 민간 국방 전문가 발탁 필요

국방문민화는 2003년 본격적 추진되기 시작했고 2006년과 2007년 관련 법규(‘국방개혁에 관한 법률’과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 시행령’)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실무급에서 국장급까지 모두 129개 지위를 군인에서 공무원으로 전환해 문민화 비율이 2009년까지 71%가 되도록 만드는 계획이 수립됐다. 이 법규에 따라 현재 국방문민화는 군인과 민간인 비율이 3대 7 수준으로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무늬만 문민화’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방부 주요 보직에는 예비역이 계속 임용되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정치인 출신 국방장관 발탁론이 나오기도 했으나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법적으로는 국방부의 문민화 정도는 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그렇지 않다”며 “이제는 민간인의 역할을 보장하는 실질적 문민화를 이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는 “능력이 있는 예비역을 중용하는 것을 무조건 비판하기는 어렵다”며 “문민화는 시대 흐름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전문성 있는 공무원이 주요 보직을 맡는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