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0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유통기한이 지난 마취제와 성분을 알 수 없는 한약재 등으로 만든 주사액 3700여개를 무면허 시술자에게 팔아 2억여원을 챙긴 혐의다.
그는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 ‘의약 연구실·제조실’을 만들어 두고 화장실 등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주사액을 제조했다. 그는 이 주사액에 산삼과 한약 성분이 들어있다고 주장했으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마취제의 일종인 리도카인 성분만 검출됐다.
1990년대부터 독학으로 습득한 지식으로 집에서 약을 만들어 팔았던 김씨는 2∼3차례 적발됐으나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중국의 개인 병원에서 약재제조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발급받은 수료증을 내세워 수강생들을 끌어모았고 이들에게 120만원을 받고 20시간 교육한 후 수료증을 내줬다. 2008년에는 자신의 의료법이 ‘기적의 약침술’이라며 전문 서적을 발간하기도 했다.
경북 안동에 있는 절의 주지 승려인 홍씨도 이 책을 보고 김씨를 찾은 수백명의 제자 중 한 명이었다. 김씨의 의술을 맹신한 홍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2010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암, 고혈압, 당뇨병 환자 등 30여명에게 주사액을 투약해 2억4000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난소암, 폐암, 간암을 앓던 신자 3명은 홍씨로부터 2∼3개월간 치료를 받은 뒤 숨졌다. 난소암을 앓던 정모씨는 “내 방식으로 3개월만 치료하면 완치된다”는 홍씨의 말을 믿고 6600만원을 주고 3개월간 주사를 맞았지만, 병세는 오히려 나빠졌다. 병원에 재입원한 정씨는 보름 만에 숨졌다.
실제 주사액의 원가는 1000원이 채 되지 않았지만 홍씨는 한 병에 10만∼200만원을 받았다. 홍씨는 이 돈을 대부분 유흥비로 탕진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의 제자가 수백명이라는 점으로 볼 때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ehofkd1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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