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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물류 거점을 확보하라"… 中·러 '물밑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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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1-05 20:20:18 수정 : 2013-11-25 14: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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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첫 경제특구 ‘나선 개발’ 북한 최초의 경제특구인 나선경제무역지대(나선) 개발을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1991년 12월 경제특구로 지정된 나선(나진·선봉) 지역은 인민생활 향상을 약속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개발 작업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동북아 물류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들의 물밑 각축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한의 나진과 러시아의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 현대화 작업을 비롯한 나진·하산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다.

◆나진·선봉경제특구에 눈독 들이는 중국과 러시아

최근 북한 노동신문은 전국에 14개 중앙급 경제개발구(특구)와 13개의 지방급 경제개발구를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시기에 북한은 국가경제개발총국을 국가경제개발위원회로 승격시켰다. 이 위원회는 노동당 행정부의 지시를 받는 기구다. 나선경제특구는 북한 최초의 경제특구로 북한은 이 지역을 싱가포르식 모델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북한은 물론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도 나선 특구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2011년 6월 나선경제특구 공동개발 착공식에 북·중 양국의 고위 관계자가 대거 참석한 점만 봐도 이 지역에 대한 두 나라의 관심도는 드러난다. 당시 북한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중국의 천더밍 상무부장은 나선에서 북·중 경제위원회 2차 회의를 열었으며, 양국은 나선경제지대 개발 슬로건으로 ‘공동운영·공동협력·공동발전’의 12자로 표현했다. 전력 공급 프로젝트를 포함해 북한 원정리∼나진항 도로 보수, 고효율 농업시범구 건설, 시멘트공장 건설, 자동차 관광 등 나선경제지대 투자에 관한 5개 항에 합의했다. 북·중 관련 전문가들은 나선시에서 몇 개월씩이나 합숙하면서 특구 종합개발계획을 수립했으며 나진항∼선봉항∼청진항을 중심으로 한 7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한다는 큰 그림이 그려졌다. 
 
북한 나선 특구의 나진항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중·러 경제협력 축으로 부상하는 나선 경제특구

중국에서 북한 나진항으로 가는 관문인 지린성 훈춘(琿春)시 취안허통상구와 북한 나선시 원정리를 연결하는 원정리∼나진항 53km 도로 포장은 이미 완료됐으며, 하루 수백대의 트럭이 취안허(圈河)통상구를 통해 나선지역에 들어간다. 이 도로는 중국이 1억8000만위안(270억원)을 투자한 도로다. 나진항을 중심으로 하는 개성공단 같은 공단 8개 조성을 목표로 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나와 있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나선특구 개발의 중요한 인프라인 전력과 관련해서는 중국이 고압 배전을 설치해 연간 20만kw 전력을 공급하고 대규모 화력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러한 산업 인프라 건설을 전제로 한 산업단지 조성은 설계 작업까지 완료됐으며, 착공을 앞두고 있으나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관련 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개발 계획이 일부 차질을 빚고 있기는 하지만 나선특구 개발이라는 큰 흐름은 유지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나진항 1호부두의 기초 재보수 작업을 마쳤고 4호 부두 건설이 올해 초 착공됐다. 나진항 4∼6호 부두는 수심 13m 이상의 큰 규모로 5만t급 이상 선박도 정박이 가능하다. 물동량 처리 능력은 700만t 규모로 늘어나게 되며, 나진항과 청진항까지 철로 공사가 완료되면 중국 동북삼성과 북한 나선경제특구는 한 경제권을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의 함경북도 항구도시 나진과 러시아 극동지역 도시 하산을 연결하는 하산∼나진 철도 구간이 재개통된 지난 9월 러시아 철도의 특별열차가 나진항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개혁개방의 시금석 주목받는 나선경제특구


북한이 외국과의 철도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관련 법을 제정한 것도 나진항을 국제적 물류기지로 발전시키려는 목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교통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2011년 12월 국제적인 철도화물의 계약, 손해배상, 운임, 제재 및 분쟁 해결 등을 규정한 ‘국제철도화물수송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외국 투자자의 보호와 관련해 국가가 계약 당사자의 민사상 권리와 이익을 보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은 1987년 철도법을 제정했지만 외국과의 철도 협력을 위한 법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2008년 10월부터 러시아의 투자로 하산과 나진항을 잇는 낡은 철도 개보수 작업을 시작했으며, 5년의 공사를 거쳐 지난 9월 재개통했다. 이는 2001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결과물로, 이후 북한과 러시아는 양국 간 철도연결 사업을 추진해왔다. 2011년 8월15일 드미트리 메드베네프 러시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 철도 연결, 가스관 부설, 송전선 건설 등을 패키지로 묶는 경제협력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중국과 러시아 이외에 내륙 국가인 몽골도 최근 이 지역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몽골은 그동안 석탄 등의 광물자원을 수출할 목적으로 나진항과 청진항 등 북한의 부동항에 큰 괌심을 갖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철도가 재개통하면서 나진항의 임차계약이 다급해졌다.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최근 방북한 것도 경제협력에 대한 북한과 몽골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핵실험으로 인해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인 북한으로서도 몽골과의 경협 확대는 경제적 고립을 벗어나는 탈출구가 될 수 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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