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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 절박함에 내놓은 QM3, 르노삼성 정상화에 마중물 되길

입력 : 2013-11-24 16:08:05 수정 : 2013-11-25 08: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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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가 1000대로 한정한 신차 ‘QM3’의 사전계약이 불과 7분 만에 끝났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2월12일과 12월25일 2차에 걸쳐 차가 들어온다. 만약 지금 예약한다면 정식 출시일인 내년 3월을 훌쩍 넘겨야한다. 최근 국산차에서 볼 수 없던 흥행이다.

외형상으로 르노삼성은 흥행에 성공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판매량도 부쩍 늘 것이고 수익도 개선될 판이다. 경영실적도 좋아지고 하루가 멀다고 떠나던 직원들도 안정을 찾아야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QM3의 흥행비결은 국내 소비자가 원하는 요소를 꼭 갖춰서다. 공인연비는 18.5㎞/ℓ로 수입차를 능가한다. 국산차 가운데 인기가 좋은 차종인 ‘디젤 SUV’를 2250만원∼2450만원의 낮은 가격에 내놨다.

수입차의 면모도 갖췄다. 르노 그룹이 스페인에서 생산해 전량 수입한다. 유럽서 달리는 르노 차에 엠블럼을 바꿔 붙인 정도다. 반면, 수입차의 약점은 보완했다. 전국 450개 AS망을 통해 관리한다. 흥행요소를 꼼꼼히 갖췄다.

▶ 르노삼성자동차 프랑소와 프로보 사장이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QM3를 공개하고 포즈를 취했다.

그러나 르노삼성차 입장에서 QM3의 흥행은 달갑지만은 않다. 값이 싼 차는 이윤이 적은 법. 더구나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차다. 딜러 마진을 없애 차 값을 내렸다지만 르노삼성은 판매망뿐만 아니라 신차개발, 서비스망운영을 비롯한 자동차 생산 공장까지 운영해야한다. 이번 QM3와 같은 ‘수입차’의 흥행이 계속된다면 회사는 오히려 더 어려워질 뿐이다.

르노삼성차가 QM3의 흥행이 독인 줄 알면서도 들이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차가 없어서다. 르노삼성은 SM3, SM5, SM7, QM5의 4가지 승용차종을 생산·판매한다. 현대차, 기아차는 물론 수입차 업체가 수십 종의 차를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신차 개발도 없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를 통해 신차 개발을 ‘명’ 받지 못했다. 새 차가 나와야 영업 일선에서 활력이 붙을 것인데 변속기, 디자인 등 일부 내용을 바꾼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제외하면 몇 년간 이렇다 할 새 차가 없었다.

신차가 없으니 판매가 줄고 영업일선은 침체에 빠졌다. 르노삼성의 해법으로 ‘수입차’를 선택했다. 그것도 연비 좋은 차를 르노 그룹에서 가져왔다. 가격책정이 문제였지만 일단 값을 낮췄다. QM3의 사전계약으로 일단 영업 일선은 활력을 되찾았다. 계약금 10만원을 내고 사전계약을 신청하느라 전화가 빗발쳤고 영업 일선은 고기잡이 배가 들어온 항구처럼 북적였다.

전국 190여 개 영업망이 1000대 사전예약으로 활기를 찾았다. 마중물이 되길 바란 회사의 전략이다. 중요한 영업 실적 개선은 이제 시작이다. SM7과 SM5 등 마진이 높은 중형차의 판매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영업담당 박동훈 부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영업 일선을 다독이며 부활을 꿈꾸고 있다.

르노삼성 입장에서는 QM3로 모은 ‘연비 좋은 차’, ‘가격 거품 없는 차’의 이미지를 이어가야한다. 특히, 나머지 4개 차종 가운데 현대·기아차에 비해 시장을 확보하지 못한 영업용 승용차가 다음 목표다. 다시 말하면 2000년 삼성자동차 시절의 SM5 택시의 부활이다. 당시 잔고장 없고 내구성 좋은 차로 인식돼 영업용 차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부진했던 분야다.

르노삼성의 QM3 출시는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서 선택됐다. 국산차 가운데 쌍용차에 밀려 최하위로 추락한 르노삼성이 회심의 카드를 꺼낸 셈이다. 르노삼성의 전략이 국내에 거대한 수입차 회사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유럽서 국내의 판매·서비스망을 이용해 들여오면 공장의 역할은 필요 없어지고 오히려 연간 수천 대 판매 규모의 수입차 업체와 경쟁한다. 만약 이 상황이 지속되면 말 그대로 독약이다.

최근 르노삼성은 국내 판매의 부진으로 거듭된 극약처방을 받았다. 생산량이 부족한 부산 공장에서는 닛산의 신차를 생산해 전량 수출한다. 최근에는 미쓰비시의 차도 만들어 수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신차를 개발하고 생산하고 판매하는 정상적인 구조가 아니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일부분으로 움직일 뿐이다. QM3의 국내 도입 역시 마찬가지다. 한 가지 다른 점은 QM3는 내수 판매시장을 북돋기 위한 극약이다. 기업의 풀뿌리인 영업망이 살아나 연구개발과 생산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르노삼성차가 다시 멋진 신차를 내놓는 회사가 되길 바란다. QM3의 사전계약 흥행 소식에 희망을 갖는 이유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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