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김철 중국 랴오닝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 소장은 “평양에서 주택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민간자본의 주택건설이 붐을 이루고 있고 지난해 평양시에서 건축에 투입된 민간자금은 10억달러로 추정된다”며 “점차 ‘국빈민부(國貧民富)’의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또 평양의 민간경제가 중국 동북 3성의 경제에 편입되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평양의 일상생활 물자 공급은 거의 중국에서의 수입에 의해 조달된다”며 “평양 물가는 중국 동북 3성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민간자본이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국가 배급제가 무너진 틈을 파고든 시장(장마당) 덕분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세미나에서 “지난 20년간 국가경제는 후퇴하고 대부분 반짝 경기를 띠는 민간경제로 대체됐다”며 “민간경제는 대부분 비공식적이지만 북한당국에 의해 암묵적으로 용인되고 있으며 심지어 때로는 장려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비공식 추정치이지만 북한 가정의 80%가 시장과 관련한 활동을 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은 최근 열린 심포지엄 주제 발표를 통해 ‘돈 맛’을 본 북한의 변화에 대해 “벼락부자들이 새로운 레스토랑이나 서비스를 자주 찾으면서 평양의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며 “가끔 발생하던 부패는 이제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북한 내 사회 지배층의 부패 얘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고위 탈북자는 “당 간부와 끈이 없으면 장마당에서 아주 작은 규모의 좌판도 벌일 수 없는 지경”이라며 “민간경제가 활성화하면서 관리들의 부정부패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종국적으로 북한 체제를 좀먹는 암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주민들이 최근 개장한 승마 시설인 미림승마구락부(클럽)에서 승마를 즐기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9일 북한 주민들을 위해 이 시설이 개장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 사진을 공개했다. 탈북자들은 승마는 일반 주민보다는 평양의 특권계층이나 즐길 법한 고급 스포츠라고 입을 모은다. 연합뉴스 |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4월 부인 리설주와 함께 평양에 새로 들어선 ‘해당화관’의 일본식 철판구이를 파는 음식점에 들러 요리사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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