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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기아 K7 하이브리드, 서울시내 사흘간 주행한 연비는…

입력 : 2014-01-16 09:41:06 수정 : 2014-01-16 09: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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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기아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세단을 몰아치기로 출시했다. 중형급인 K5 하이브리드 500h와 이번에 시승한 대형급 K7 하이브리드 700h다. 연료효율이 좋은 차가 인기를 끌면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산은 디젤엔진을, 일본산은 하이브리드를 적용해 경쟁을 벌였다. 과연 기아차가 출시한 K7 하이브리드. 수입차와 경쟁에 나설 수 있을까.

기아자동차는 하이브리드 대형 세단을 출시하며 또다시 뻔한 마케팅 용어를 늘어놨다. K7 하이브리드를 설명하면서 배기량이 더 큰 K7 3.0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 연간 128만원의 유류비가 절약된다는 설명이 대표적이다. 연간 2만㎞를 공인연비로 달린다는 가정하에 계산한 지극히 탁상공론식 마케팅용어다. 그래서 시승을 통해 실제 K7 하이브리드의 장단점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 하이브리드 대형세단, 특징은?

하이브리드자동차를 말하자면 먼저 떠오르는 게 도요타다. 하이브리드 전용 차 ‘프리우스’를 만든 지 벌써 10년도 넘었다. 우려했던 배터리 문제는 10년 전 그 차가 여전히 도로를 달리며 불식시켰다. 그리고 다소 황당했던 LPG 하이브리드에서 시작한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가 쏘나타에서 조금 발전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제 대형세단 K7에도 적용됐다.

K7 하이브리드는 저속주행이나 큰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 80㎞/h 정도의 고속주행에서도 전기모터로만 움직인다. 2.4ℓ의 엔진은 바퀴를 굴리기도, 배터리를 충전하기도 한다.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와 같은 방식이다. 그러나 도요타는 중형 세단에 650V로 작동하는 41kW급 모터를 사용하지만 K7은 35kW급 모터를 사용한다. 이외에도 도요타는 충전과 출력을 담당하는 2개의 모터를 별도로 사용하지만 기아차는 1개의 모터를 사용하고 있다. 기술적인 내용이라 이해하기 어렵고 어떻게 보면 사소한 차이지만 두 회사가 벌이는 신경전은 팽팽하다.

K7 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16.0㎞/ℓ다. 새로운 공인연비 규정에 따라 1등급을 턱걸이로 받았다. 과연 서울 시내에서 주행하면 어떤 성적이 나올지 확인을 시작했다.

▲ 도로로 나선 K7 하이브리드, 고급스럽고 조용해

먼저 K7의 상품성 즉, 연료효율을 기반으로 한 가격대비 성능을 고려했다. 이 차의 가격은 옵션에 따라 3440만원과 3595만원이다. 4000만원대 수입차가 즐비한 최근 상황에서 대형 세단이 연비 16㎞/ℓ를 기록하며 3000만원대 중반이라는 것은 품질과 옵션을 비교할 때 경쟁상대가 만만치 않은 것을 의미한다.

최근 5년 사이 국산차의 품질은 급격히 향상됐다. 아마도 5년 이상 된 국산차를 탄다면 지금 나온 차와 명확한 품질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K7의 정숙성은 렉서스 ES 못지 않게 좋아졌고 돈만 들이면 적용할 수 있다지만 어라운드 뷰를 비롯한 옵션은  가격 경쟁력과 합쳐 생각하면 경쟁상대가 떠오르지 않는다. 내비게이션도 세련됐고 하이패스 등 한국 상황에 맞춘 옵션도 만족스럽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선택포인트인 연비가 아쉽다. 하이브리드 차를 만들었음에도 도요타와 비교해서 연비가 떨어진다. 옵션을 추가하며 해마다 가격은 올라 대형 세단을 구입하려면 어지간한 수입차를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K7 하이브리드가 바로 이 지점에 정확히 놓였다. 수입차 엔트리카와 국산 세단의 중간에 놓인 K7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과연 이 차의 연비가 장점으로 여겨질지 시내 주행을 시작했다. 막히는 출근길에서 K7 하이브리드는 조용했다. 날씨는 영하 5도를 넘나들며 추웠다. 시동을 걸고 얼마간은 엔진 사용이 잦은 하이브리드 특성상 켜지고 꺼지기를 계속 반복했다. 약 5㎞ 구간을 달린 연비는 12.8㎞/ℓ. 시내 주행만 했고 냉각 상태에서 짧은 구간을 주행한 것을 고려하면 괜찮은 수치다.

오후에는 서울 시내의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시승했다. 내부순환도로와 강변북로로 이어지는 코스에서도 여전히 엔진은 켜고 꺼지기를 반복했다. 시속 80㎞/ℓ 즈음의 속도에서도 모터로만 주행하는 ‘EV모드’ 알림이 켜졌다. 내리막에서는 확실히 연료 절감의 효과가 있다. 오후 주행의 연비는 15.4㎞/ℓ. 공인연비에는 못 미치지만 2.4ℓ 급 가솔린 엔진에 비하면 매우 좋은 성적이다.

사흘간 이어진 시승에서 총 연비는 11.0㎞/ℓ를 기록했다. 서울 시내에서만 운행했고 히터를 계속 틀었으며 1명부터 4명까지 여러 사람이 탑승했다. 차체의 운동성능을 확인한다며 일부 가혹하게 운전하던 것도 이번에는 제외했다. 다만, 시내에서 정차구간이 많았고 히터를 사용하면서 공회전도 다수 일어났다. 마치 나이 지긋한 베테랑 택시기사처럼 차분하게 시내를 다녔다.

▲ K7 하이브리드의 장·단점 명확해…실용성 중시 국내 시장에 적합

K7 하이브리드는 장점이 확실했다. 같은 값의 수입차에 비해 공간이 넓다. 키 큰 성인 4명이 타도 넉넉하다. 또, 옵션이 화려할 정도로 다양했다. 시승차는 3595만원인 고급트림이다. 여기에 옵션으로 내비게이션은 물론이고 차선이탈 경고장치, 어라운드뷰까지 대부분의 옵션이 추가됐다. 파노라마 선루프까지 장착해도 독일산 엔트리급 세단 값이다.

이 차의 출시로 국산 대형차 시장에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 큰 차는 연비가 나쁘고 수입차를 사려하니 연비는 좋지만 공간이 좁아 망설였던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다. 유모차를 실어야하는 가족일 수 있고 골프백을 넣어야하는 소비자도 있겠다. 혹은 유종다변화와 같은 선결 조건이 있지만 개인택시나 모범택시 같은 상업용 차 시장에서도 K7 하이브리드는 두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서울시내 주행은 공인연비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아차의 마케팅 문구처럼 연간 128만원을 절약하기엔 힘들어보인다. 그래도 2.4ℓ나 3.0ℓ의 K7의 공인연비가 겨우 10㎞/ℓ 수준을 넘겼고 실제 연비는 7∼9㎞/ℓ에 머무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시승에서 기록한 11.0㎞/ℓ는 향상된 수치다.

요약하면 어지간한 옵션과 기능을 다 갖췄고 가격은 독일산 엔트리급 세단보다 저렴하다. 주행거리가 많고 결국 넓은 공간과 현실적인 연비를 찾는 소비자에게 괜찮은 대안이다. 수입 디젤 엔트리세단과 국산 대형 세단의 장점을 갖춘 경계선의 차가 바로 K7 하이브리드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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