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국제 공조수사 2건 중 1건은 미제

입력 : 2014-03-17 06:00:00 수정 : 2014-03-17 21:08:0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해외도피범 각국에 검거 요청 해도 고작 수배령에 그쳐
현재 1500여건 미제로 남아… 수십년째 진척 없는 경우도
한때 서울 시민들을 전율케 했던 ‘송파 납치 살인 사건’의 주범인 노모(55)씨가 검거되기까지는 13년이 걸렸다. 사채업자 노씨는 빌려준 8억원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로 박모(당시 44)씨를 1999년 4월 서울 송파구에서 납치한 뒤 폭행하고 살해했다. 공범들은 곧바로 검거됐지만 주범인 노씨는 미국으로 줄행랑을 쳤다. 2012년 12월 미국 경찰에 붙잡혔을 때 그는 디트로이트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신분을 세탁해 살아온 것이다.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이었다.

‘유령 카지노 사기 사건’의 주범은 범행 7개월 만에 붙잡혔다. 이모(36)씨는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에 유령업체를 차려 놓고 마카오 카지노업계의 큰손인 체하면서 투자금 12억원을 모았다. 태국으로 도주했다가 지난달 현지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한국으로 송환됐다.

이씨는 비교적 빨리 붙잡혔지만, 국가 간 공조수사가 형식적으로 흘러 범인을 놓치거나 세월이 한참 지난 뒤 잡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형 경제 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이 해외로 달아날 경우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은 항소 재판 중이던 2007년 신병치료를 이유로 일본으로 나간 뒤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로 도피했고,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은 2010년 초 재판을 받던 중 해외로 달아나 법망을 피하고 있다. 중국인이 중국에서 보이스피싱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는 자국민 보호주의 벽에 부딪혀 범죄자를 붙잡을 수 없다. 

16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범죄인이 해외도피했을 경우 경찰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을 통해 그 나라에 수사협조를 의뢰한다. 법무부는 검거된 피의자를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국내로 송환한다. 그러나 수년, 수십년이 지나도 수사에 진척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무부와 경찰청의 국제수사 현황에 따르면 경찰은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범죄사건 3080건과 관련해 다른 나라에 피의자 수사 협조요청을 했다.

이 가운데 982건만 관련 피의자가 국내로 송환됐다.

국제 공조 수사를 요청한 사건 중 절반 가량은 이런저런 이유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1202건은 ‘수사진행중’으로 분류됐고, 범죄인 사망(28건), 형시효 만료 및 증거 불충분(339건)으로 사건이 흐지부지 종결된 경우도 있다. 자수(67건)나 입국시 검거(211건)로 해결된 사례도 있다.

1995년 해외도피 사범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전 범죄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고, 형을 확정받은 후 해외로 도피할 경우 형시효가 정지되지 않아 범죄자들이 처벌을 면할 수 있다.

법무부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다른 나라에 128건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127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그러나 범죄인인도 제도가 시행된 1990년부터 2007년까지는 통계조차 없다.

해외도피사범에 대한 검거실적이 낮은 이유는 국제공조수사라고 말만 거창하지 실제로는 수배령을 내리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영탁 기자 oy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