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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안전위해 쌍발을" "경제성 감안해 단발을"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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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18 20:20:27 수정 : 2014-03-18 20: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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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57) 한국형 전투기 어떤 엔진 장착?
“쌍발이냐, 단발이냐.” 2020년대 이후 한반도 영공을 지킬 한국형 전투기(KF-X·보라매 사업)에 어떤 엔진을 장착할 것이냐는 논란이 뜨겁다. 공군은 안보논리와 조종사 안전을 위해 쌍발엔진을 요구하는 반면, 방위사업청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업계는 경제성을 앞세워 단발엔진의 우위를 주장하고 있다. KF-X는 6조∼8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0년대 중반까지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6보다 성능이 뛰어난 한국형 차기전투기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방사청은 지난 1월 5일 “한국형 전투기 120여대를 국내에서 개발하는 보라매 사업의 체계개발을 올해 시작하기로 했다”면서 “올해 예산에 착수금 명목으로 200억원을 반영했고, 2023년 초도기를 생산한 뒤 7∼8년 동안 순차적으로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4∼5월까지 KF-X 체계개발기본계획을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해 입찰공고를 거쳐 11월 체계개발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늦어도 5월까지는 KF-X의 개략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얘기다.

당초 KF-X는 공군의 요구에 따라 쌍발엔진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엔진 두 개를 단 전투기는 하나인 전투기보다 추력(밀고 나가는 힘)이 큰 만큼 보다 많은 무장을 달 수 있고 성능 향상을 위한 개조도 쉽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근거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11년 공군과 합동참모본부의 작전요구성능(ROC)을 반영해 쌍발엔진 모델인 ‘C-103’을 제안했다. 쌍발엔진 쪽으로 흘러가던 분위기는 2012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탐색개발을 통해 도출된 쌍발형상(C-103)에 대해 “체계개발 추진 타당성이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면서 반전되기 시작했다. 해외기술이전 가능성 등 개발 리스크가 높고 전력화 일정에 맞출 수 없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국방예산을 초과하는 개발비에다 수출 가능성이 낮고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듬해 KF-X 사업 타당성 재검토에 나선 방사청은 단발형상(C-501)을 제안했다. 용역을 맡았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현 단계에서 단발형상 방안이 사업 타당성은 미흡하나 핵심기술 도입 등 8개 쟁점에 대한 해결을 담보로 체계개발 진입이 가능(조건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이렇게 ‘단발형상’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했으나 최근 공군과 ADD가 다시 ‘쌍발형상’안을 들고 나오면서 양측 간 이전투구식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공군은 “전투기의 추진력을 키워 무장탑재력을 높이고 전투행동 반경을 확장하려면 반드시 쌍발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종사 안전과 미래 성능 개량을 위해서라도 공간이 넉넉한 쌍발엔진은 필수라는 입장이다. 더욱이 KF-X는 공군의 차기 ‘미들급’ 주력 전투기로 쓰이는 만큼 대북 억지력 확보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쌍발엔진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항공업계와 항공전문가들은 미디엄급(F-16+) 전투기를 개발하는 KF-X에 반드시 쌍발엔진을 장착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한다.

KF-X가 쌍발엔진을 탑재할 경우 그 추력은 4만∼4만4000파운드에 달해 단발엔진인 F-35 전투기의 추력(4만3000파운드)에 맞먹는 수준이 된다. 이렇게 되면 KF-X 역시 엔진 탑재공간 확보를 위해 F-35만큼 크기가 커지게 되고, F-35가 속한 하이급 전투기 개발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비와 후속군수지원 비용 또한 동반 상승이 불가피하다.

항공전문가들은 ‘쌍발엔진이 단발보다 안전하다’는 주장 역시 미국의 사례로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항공기 엔진기술이 발달하면서 1990년대 이후 전투기의 평시 안전성은 단발과 쌍발 모두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미 공군이 1990∼2000년 쌍발 F-15와 단발 F-16 전투기의 사고율을 조사한 결과 연 1.22대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전투에서의 생존성은 단발엔진이 더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1991년 ‘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 1000번 출격을 기준으로 미 공군의 F-16은 0.23대의 손실률을 기록한 반면, 미 해군의 쌍발 F/A-18 전투기는 0.46대가 파괴됐다.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항공전자 장비들이 고성능, 소형·경량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점도 쌍발과 단발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또 KISTEP 조사에 따르면 개발기간도 단발 전투기가 쌍발에 비해 2년 정도 짧다. 따라서 단발 전투기 개발이 노후화된 F-4와 F-5 전투기 전력공백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식이란 주장이다.

KF-X 엔진 개수는 최종적으로 국방부에서 운용 중인 ‘보라매 사업추진 TF’에서 결정된다. 보라매 사업추진 TF를 이끌고 있는 이용대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은 “ “아직 어느 쪽이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없으며, 현재는 KISTEP에서 제출한 단발엔진 개발 시 소요 예산 등을 검증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세계닷컴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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