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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2세 큰 축복이자 부담, 아버지와 다른 제 옷 봐주세요”

입력 : 2014-03-20 17:35:04 수정 : 2014-03-20 17: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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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봉 디자이너 뒤잇는 아들 이청청
“‘마이걸’ 주제로 패션위크 준비, 변덕스럽고 모호한 모습 담아”
‘K-패션 한류’를 꿈꾸는 서울패션위크가 21일부터 6일간 축제에 빠진다. 올가을·겨울 옷차림을 미리 보는 자리다. 이번에는 5년 만에 공사를 마치고 재개관하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려 기대감을 더한다. 패션위크는 서울컬렉션 60회,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쇼인 제너레이션 넥스트 17회, 프레젠테이션 쇼 4회로 꾸며진다. 아름다운 모델들이 활보할 런웨이는 어떤 옷들로 수놓일까. 패션위크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디자이너들을 미리 만나봤다. 국내 남성복 최초로 밀라노 컬렉션에 초청 받은 강동준 디자이너, 아버지 이상봉과 독립된 길을 걷겠다며 첫 시험대에 오른 이청청 디자이너가 그들이다.


패션 디자이너 이청청(36)이 24일 여성복 라이(LIE)로 서울패션위크에 데뷔한다. 그는 이번 쇼가 유달리 신경 쓰인다. 신인이니 당연히 긴장되겠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부담감이 있다. 유명 디자이너인 아버지 이상봉의 존재다. 그는 이상봉의 1남1녀 중 막내다. 그의 작품 앞에는 ‘이상봉 디자이너 아들인 이청청의 옷’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17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청청은 “이번 쇼에서 아버지와 다른 제 옷을 봐 달라”고 말했다.

“라이는 여성복 ‘이상봉’과 법인도 대표도 달라요. 완벽히 독립됐어요.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걸 찾고자하는 기본 정체성은 공유하지만요.”

그에게 아버지의 이름은 축복이자 부담이다. ‘디자이너 2세’로 주목받은 건 혜택이지만 그만큼 자격지심이 있다. 그는 “제가 뭘 해도 두 가지 반응을 얻을 것”이라며 “‘유명한 디자이너 아들이면 저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냐’ 아니면 ‘이상봉 선생님이 봐준 거 아냐’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패션계로 들어섰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는 왜 이리 바쁠까’ 궁금해하며 패션쇼를 보다가 희열을 느꼈다. 잠시 길을 엇나가 동국대 역사교육학과로 진학했다. 곧 진로를 수정해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칼리지 오브 아트&디자인으로 유학했다. 처음에는 아트&디자인을 전공했고, 잠시 한국에 왔다가 2006년 이 학교의 남성패션 전공으로 다시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졸업 후 영국에서 남성복을 만들었다. 세계 4대 패션쇼인 런던 컬렉션에 4번이나 참가해 자력으로 실력을 입증했다.

“런던에서 뭔가 이루고 돌아오려 했던 이유가 자격지심이나 무게감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제가 이룬 걸로 ‘누구 아들’이란 걸 어느 정도 극복했다고 생각해요.”

이청청 디자이너는 “좋아하는 스타일을 모델에게 입히면 멋있는데 제가 입으면 제 미적 기준에 못 미쳐서 화가 난다”며 “그래서 뮤즈가 필요한데, 제 뮤즈는 댄디한 느낌을 잘 소화하는 주드 로”라고 밝혔다.
김범준 기자
그는 ‘이상봉의 아들’로서 최고 장점으로 ‘디자이너의 마인드’를 꼽았다.

“아버지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데다 굉장히 창의적이에요. 가장 좋은 표본 같아요.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입니다.”

그는 이번에 ‘마이걸’을 주제로 쇼를 준비했다. 남성 입장에서 ‘내 여자’를 볼 때 변덕이 심하고 모호해보이는 모습을 담았다. 여성스러우면서 남성적이고, 도시적이고 세련되면서 동시에 상반된 특징을 포착했다. 운동 점퍼 같은 상의에 여성스럽게 퍼지는 치마를 이어붙여 지루하지 않은 원피스로 만드는 식이다.

여성복 라이는 2012년 여름에 처음 만들어져 해외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남성복 시장이 크지 않아 일단 여성복부터 시작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라이는 ‘디자이너의 감성으로 약간 변화를 준 일상 의류’다. 파리의 아방가르드한 감성과 미국의 미니멀리즘을 결합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브랜드 ‘이상봉’을 국제적으로 만드는 것. 어릴 때부터 꿈이다. 이상봉과 라이, 여기에 남성복을 더해 한 지붕 아래 식구처럼 ‘패션 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 지향점이다. 현재 그는 라이 대표이자 여성복 이상봉의 해외 컬렉션 팀장을 겸하고 있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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