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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칼럼] 실력 있는 법조인 양성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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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30 22:04:05 수정 : 2014-03-30 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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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험 올인하는 로스쿨생
교육 통해 전문화·특성화해야
올해로 갓 5살이 된 로스쿨에 대한 공격이 심상치 않다. 이미 국회에는 예비시험 제도 도입과 2018년부터 폐지될 예정인 사법시험 존치를 내용으로 하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제출됐다. 현재의 로스쿨은 졸업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경제적 약자들이 변호사가 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 위함이란다. 예비시험 도입안은 예비시험 합격자에게 3년 동안 대체 법학교육기관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교육기관에서 무슨 교육을 할 것인지 미정인 상태일 뿐 아니라 교육기간도 로스쿨과 동일해 경제적 약자에게 기회를 준다는 법안의 취지와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그래서인지 대한변호사협회를 중심으로 하는 반로스쿨 진영에서는 한목소리로 사법시험 존치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로스쿨이 ‘돈스쿨’이고 ‘현대판 음서제’가 돼 ‘개천에서 용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한다. 때맞춰 일부 언론은 현재 로스쿨이 안고 있는 일부 문제를 과장 보도함으로써 은근히 대한변협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심지어 ‘로스쿨에서는 실무 경험 있는 교수가 모자라 학생들은 인터넷 강사에게 판례를 배운다’, ‘로펌 가고 싶어 판·검사 부모 둔 동기생을 미리 자기편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둥 로스쿨 교수와 학생을 폄훼하는 기사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교수·법학
그러나 이처럼 객관적인 자료에 의해 분석하지 않고 국민 정서에 호소하려는 듯한 태도는 이성적 판단을 생명으로 하는 법률가들의 논쟁에 걸맞지 않을 뿐 아니라 현재 로스쿨이 안고 있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로스쿨의 고비용 구조가 사회적·경제적 소외 계층의 법조계 진출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의학, 약학 등 다른 전문대학원뿐 아니라 학부교육까지 시야를 넓혀 비교해야 한다. 필자가 아는 한 이 현상은 로스쿨에 한정되지 않는다. 특별전형, 장학금 지급 등 사회적 약자계층에 대한 현재의 배려수준이 불충분하다면 이를 높이면 될 일이지 예비시험, 사법시험 등 로스쿨의 근간을 위협하는 제도를 주장할 일이 아니다. 과거 평균합격률 3% 내외, 합격연령 30세 전후, 수험기간 최소 5년이 걸리는 고시에 매달린 청년들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로스쿨의 고비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현행 로스쿨 제도는 고시낭인 양산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피하기 위해 입법자가 결단함으로써 탄생한 것임을 상기시키고 싶다.

현재 로스쿨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설립취지를 실현하기 어렵도록 제도가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언론에서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는 로스쿨 교육의 비정상 현상의 핵심 고리는 변호사시험 제도이다. 현재의 변호사시험은 자격시험이라는 제도의 취지와는 반대로 선발시험으로 운영되고 있다. 법조계의 기득권 지키기로 몇 년 후에는 합격률이 응시자 대비 30%대로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합격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고 시험과목 이외에는 수강을 기피하게 된다. 사정이 이러니 로스쿨 특성화는 언감생심이다.

로스쿨의 애초 취지대로 ‘국민의 다양한 기대와 요청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능력 있는 법률가를 양성해야 한다. 그러자면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응시자 대비 최소 70%는 돼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도 자연히 자신의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연계한 과목을 수강하게 되고, 로스쿨도 각기 전문분야로 특성화될 수 있다. 또한 로스쿨 교육을 멍들게 하는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가 법조계의 요구에 따라 도입된 엄격한 상대평가 제도다. 바로 이 엄격한 상대평가로 세법 특성화·전문화를 내건 대학에서 로스쿨 학생과 세무전문대학원 학생을 함께 교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특성화·전문화가 가능하겠는가. 입학정원 대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라는 진입장벽을 허무는 것이 규제개혁이고, 엄격한 상대평가를 버리는 것이 로스쿨 교육의 정상화다. 현재 로스쿨이 안고 있는 문제를 치유하겠다고 섣불리 예비시험을 도입하거나 사법시험을 존치시킨다면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는 것이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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