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도자기에 가득 핀 노란 동백꽃 천재소설가 유정을 사유하다

입력 : 2014-04-06 20:40:52 수정 : 2014-04-06 20:40:5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내 인생의 봄·봄’ 도예전 여는 김유정 후손 유승현씨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흐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파묻혀 버렸다.”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의 대표작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이다. 봄철 남도를 빨갛게 물들이는 동백꽃을 상상하며 ‘노란 동백꽃’이란 표현에 의문을 제기할 독자가 많을 듯하다. 김유정의 누나 김유관의 손녀인 도예가 유승현(42·사진)씨한테 이유를 물었다.

“할아버지가 살았던 강원 춘천에선 노란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를 ‘산동백’ 또는 ‘개동백’이라고 불렀대요. 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바로 산동백, 개동백을 지칭한 겁니다. 이건 중·고교의 문학 수업 시간에 다 배우는 내용 아닌가요.”(웃음)

촌수 관계가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유씨는 김유정을 스스럼없이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김유정의 다른 대표작 ‘봄봄’에서 이름을 딴 ‘내 인생의 봄·봄’이란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송파도서관 다솜갤러리에서 유씨와 만나 얘기를 나눴다. 유씨가 직접 빚고 구워 만든 도자기 접시와 판, 항아리 등 30여점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의 콘셉트는 한마디로 ‘노란색’입니다. 동백꽃 하면 붉은색부터 떠올리는 이가 하도 많아 ‘김유정의 동백꽃은 노란색’이란 점을 각인시키려고 그렇게 했어요.(웃음)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작품으로 승화시켜 보여주는 게 더욱 확실할 것 같아요.”

노란색이 은은한 도자기들을 둘러보니 봄기운이 물씬 풍긴다. 도자기 파편을 접착제로 이어붙여 물병 모양으로 만든 작품에선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강인한 생명력, 또는 ‘부활’의 이미지가 느껴졌다. 유씨는 “유명한 ‘동백꽃’과 ‘봄봄’ 말고도 할아버지 작품 대부분이 봄을 소재로 한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1935년 쓴 단편 ‘아내’에는 “봄의 산아, 피었네 피었네”, 1936년작 ‘따라지’엔 “가지가지 나무에는 싱싱한 싹이 돋고”라는 구절이 각각 등장한다.

“겨울의 서늘한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봄철의 밤에 할아버지를 특히 많이 느껴요. 하루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강연을 했는데 ‘인생의 봄이 언제였느냐’고 여쭈니 뜻밖에도 ‘지금이 바로 봄’이라고 답하시더군요. 아이는 물론 어른들도 전시장에서 할아버지의 문학과 더불어 봄을 실컷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시인으로도 활동 중인 유씨는 기자한테 직접 쓴 ‘봄, 봄을 노래하다’란 제목의 시를 보여줬다.

“동백꽃 무르익고/ 찾아오는 발걸음/ 유정을 사유하다// 시대를 풍미하는 글/ 짧고 굵은 천명/ 절절한 음색과 박절// 천재소설가/ 그의 악보를 펼치며/ 하늘에 연주하다/ 봄, 봄을 노래하다.”

입장료는 없다. 15일까지. (02)3434-3343

김태훈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