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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칼럼] 금감원 공직기강 이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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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06 21:11:54 수정 : 2014-04-06 21: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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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 준하는 통제 받아야
땜질식 보완 아닌 개혁 필요
얼마 전 경찰이 1조8335억원이라는 거액 사기 대출 사건에 대한 발표에서 사기 대출의 주범인 전모씨가 해외로 도주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의 조사내용을 누설한 혐의로 금감원 팀장급 간부 김모씨를 두 차례 소환조사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KT의 자회사인 KT ENS의 김모 전 부장과 전모씨와 서모씨 등의 협력업체가 서로 짜고 KT ENS가 허위로 발행한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나·국민·농협 등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서 거액을 사기 대출받은 사건이다. 금감원이 이 사건의 조사에 착수하자 간부 김씨는 금감원의 조사내용을 파악해 이 사건에 연루된 서씨 등에게 전해줌으로써 전씨가 해외로 도피할 수 있게끔 도운 것이다. 금감원 간부 김씨는 또한 고향후배인 서씨로부터 원정도박 향응을 받은 것 외에 6억원 상당의 토지를 무상으로 증여받기도 했다 한다. 그동안 금감원 간부가 불법과 부정에 연루된 사건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이번과 같은 규모는 처음인 듯하다.

이쯤 되면 이러한 사람은 공직의 간부라는 말 자체가 부끄럽다. 어떻게 해서 우리 공직의 기강이 이렇게 무너졌는지 알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금감원이라는 조직이 단지 형식적으로는 공무원신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직, 인사, 운영 등에서 정부의 일반적 통제에서 벗어나 있는 것을 개탄해 왔다. 그러나 금감원은 특별법에 의해 설치된 정부기관인 만큼 그에 준하는 모든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금감원의 기강 확립은 다른 공무원조직보다 덜 엄격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오히려 금융업이라는 산업을 감독하는 정부기관인 만큼 더 엄정해야 함이 상식이다. 그런데 금감원은 자신들이 감독하는 금융기관에 금감원 퇴직자를 재취업하게 함으로써 금융감독의 중립성과 객관성을 잃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사실 저축은행을 비롯한 많은 금융비리에 적지 않은 금감원 전·현직 직원이 깊숙이 연루돼 온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때마다 금감원은 정부 등 외부로부터의 혁신안을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등의 이유로 배척하면서 자체 쇄신만을 고집해 왔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에게 내보인 결과가 바로 이것인가 묻고 싶다. 만약 금감원을 공무원신분으로 개혁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난맥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008년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던 이른바 ‘리먼사태’ 이후 미국과 영국의 금융기관은 엄청난 처벌 즉, 징역과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

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전 중앙인사위원장
우리는 미국과 영국 같은 금융선진국에서도 모든 금융기관의 쇄신이 정부기관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하겠다. 우리의 금융산업은 제조업으로 치면 산업화 초기에 해당된다. 다른 산업에 비해 우리의 금융산업이 이처럼 낙후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금융감독의 주체와 객체가 엄격한 구분 없이 ‘우리가 남이가’ 하는 식의 회전문 인사로 똘똘 뭉쳐 있어 외부의 간섭을 막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언제 내가 피감독기관에 가서 밥벌이를 해야 할지 모르는데 하는 잠재의식 때문에 그동안 금감원은 금융비리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 감독과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연, 학연 등에 취약한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 50대 초반에 퇴임을 강요당하게 되면 피감독기관에 재취업해야 할지 모르는데 그 누가 피감독기관에 엄정한 법집행을 요구할 것인가.

따라서 금감원의 혁신은 거의 날마다 되풀이되는 금융기관의 비리, 무능, 무책임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총체적인 개혁이라야 한다. 지금처럼 사건이 터지면 나오는 ‘땜질식 보완’이 아니라 건전한 금융기관으로의 탈바꿈을 위한 외부로부터 요구되는 개혁안을 수용해야 한다. 오늘날 정부의 모든 조직이 혁신을 요구받고 있는 이 시점에 금융감독 분야만 유독 예외일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금융감독체제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조창현 한양대 석좌교수·전 중앙인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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