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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재의천기누설] 우리는 우주론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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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07 20:51:32 수정 : 2014-04-07 20:5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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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최지원이 정리한 천부경
고대 우주론 중 돋보이는 천부경
태초 이자나기라는 신이 창으로 바다를 휘저으니 일본 열도가 만들어졌다. 이후 이자나기의 왼쪽 눈에서 해의 여신 아마테라스 오미카미, 즉 ‘천조대신’이 태어났다. 이어서 오른쪽 눈에서는 달의 여신이 태어나고… 이것이 일본의 우주론이다.

태초 혼돈의 하늘과 땅 사이에 반고라는 거인이 태어났다. 반고가 죽자 왼쪽 눈은 해가 되고 오른쪽 눈은 달이 됐다. 피는 강이 돼 흐르고 살은 논과 밭이 됐으며… 이것이 중국의 우주론이다. 해와 달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일본의 그것과 비슷하다.

실제로 미국에서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교포들이 모여 대화를 나눴다. 일본인과 중국인이 각각 자기 나라의 우주론을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자기 차례가 되자 한국인은 당황했다.

“우, 우리나라에 우주론은 없습니다. 우리 역사의 시작은 환웅이 곰과 호랑이에게 마늘과 쑥을 먹여….”

한국인의 답변을 듣고 중국 사람이 물었다.

“그럼 한국인은 곰의 자손이네요.”

“그, 그런 셈이지요.”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일제강점기 식민사학에 의해 고조선의 역사는 신화로 둔갑하고 우리는 곰의 자손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게 교육받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오늘날 신붓감을 왜 외국에서 데려오는가. 곰 암컷을 사서 쑥과 마늘을 열심히 먹이면 될 것을….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계속 물었다.

“그럼 태초에 해와 달은 누가 창조했습니까?”

“우리는 그런 거 없는데. 아, 맞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얘기가 있구나. 옛날 호랑이가….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우리는 우주론이 없는가? 물론 아니다! 하늘의 자손, 천손인 우리 민족에게 우주론이 없을 리가 있는가. 우리 민족은 신화가 아니라 글로 적은 형이상학적 우주론들을 가지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태곳적부터 전해져 내려온 ‘천부경’이다.

천부경은 신라시대 실재 인물 최치원에 의해 정리됐기 때문에 존재를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한자 81자로 구성된 이 경전은 31자가 숫자인데도 불구하고 난해하기 짝이 없다. 수없이 많은 해석이 있지만 제각각이다. 독자 여러분은 인터넷에서 ‘천부경’을 검색해보기 바란다. 천부경은 한자로 ‘天符經’같이 적는데 외국인, 특히 한자를 쓰는 동양인들에게 이것보다 더 좋은 선물이 없다.

一始無始一析三極無 일시무시일석삼극무

盡本天一一地一二人 진본천일일지일이인

一三一積十鉅無櫃化 일삼일적십거무궤화

三天二三地二三人二 삼천이삼지이삼인이

三大三合六生七八九 삼대삼합육생칠팔구

運三四成環五七一妙 운삼사성환오칠일묘

衍萬往萬來用變不動 연만왕만래용변부동

本本心本太陽昻明人 본본심본태양앙명인

中天地一一終無終一 중천지일일종무종일

바로 지난번 3월 25일자 칼럼에서 천부경의 철학이 현대 우주론의 연속창생(Continuous Creation) 우주론과 놀랄 만큼 비슷하다고 기술한 바 있다. 이 우주론은 시작도 끝도 없이, 한 번 정해진 모양이 변치 않기 때문에 정상우주론, 한자로 ‘定常宇宙論’이라고 한다. 천부경의 첫 구절 ‘一始無始一은 ‘한 번 시작하되 시작이 없다’, 마지막 구절 ‘一終無終一’은 ‘한 번 끝나되 끝이 없다’같이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옛날 동양에서 현대 우주론을 모두 이해하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국수주의자들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 태극이 은하 모습과 비슷한 것을 보면 옛날 동양에서는 이미 은하의 모습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된다- 이런 식의 얘기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은하의 구조가 밝혀진 것은 이제 겨우 100년 남짓한 일이다.

천부경은 구전돼 내려오다가 고조선 이전의 배달국 첫 환웅 때 신지 혁덕이라는 사람이 녹도문자로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신지 혁덕이 어느 날 사냥을 나갔다가 사슴 한 마리를 놓쳤는데 추적 끝에 모래밭에 이르러 발자국을 발견했다. 고개를 숙이고 깊은 사색에 잠긴 끝에 ‘그래, 이런 식으로 글자를 만들면 되겠다’ 깨달아 만든 글자가 바로 녹도문자였다. 그래서 녹도는 한자로 ‘鹿圖’같이 적는다.

천부경은 다른 민족들의 신화적 고대 우주론과는 격이 다르다. 천부경의 존재는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하지만 관련서적이 거의 없어 정말 유감이다. 프리메이슨 조직이 받드는 유대 민족의 ‘카발라’ 경전과 당당하게 맞서는 천부경을 다룬 김진명 소설 ‘최후의 경전’이 단연 돋보인다. 나도 천부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개천기’라는 역사소설을 발표한 바 있다.

TV 연속극 ‘주몽’에서도 천부경이 새겨진 거울을 주몽이 발견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은 광활한 고조선 영토가 그려진 지도를 펼쳐보는 장면과 함께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줬다. 이제 고조선 같은 상고시대를 다루는 TV 연속극도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연산군, 장희빈, 세종, 충무공… 좀 지겹지 않은가.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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