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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한국적 조각의 뿌리를 새기다

입력 : 2014-04-08 20:27:39 수정 : 2014-04-08 21:5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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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서 원로 조각가 최만린 회고전
“형상을 통해서 오히려 꾸밈을 떠나 마음의 평화에 이르게 된다.”

근대 조각 1세대라 할 수 있는 원로 조각가 최만린(79·사진)이 7월 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1950년대 말부터 2014년까지 60여년 활동을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갖는다. 1960년대 작가 데뷔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은 인체 조각 ‘이브’를 비롯해 서예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국적 조각의 뿌리를 탐색하기 시작한 1960년대 후반의 ‘천·지·현·황’, 생명에 대한 관심을 본격적으로 형상화한 1970∼80년대의 ‘태’가 출품됐다. 더욱 근원적인 형태로 환원된 1990년대 이후의 ‘O’도 볼 수 있다.

‘생명’, ‘근원’, ‘뿌리’ 등의 주제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조형적으로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총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자리다. 특히 ‘태’와 ‘O’ 시리즈 등 대형조각은 청동주물 제작 이전 상태의 석고 원형을 완성작과 함께 전시하여 작가의 작업과정을 입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했다..

‘이브’(청동, 1965년)
“1964년의 ‘이브’를 끝으로 얼마 동안은 나에게 있어서 견디기 어려운 시기였다. 뿌리가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자연의 생명력에 조형의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얻고자 했다.”

최만린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격변기를 몸소 체험한 작가이자 광복 이후 국내에서 미술교육을 받은 첫 번째 세대다. 그는 단절된 전통의 계승과 현대성의 조화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생에 걸쳐 부단히 노력했다. 한국적 조각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자기 성찰을 통해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해 왔다.

“우리의 옛 선현들은 슬픔과 즐거움 속에서 흙을 만지고 돌을 쓰다듬으며 그것을 사랑해 왔다. 돌, 해와 달, 별자리, 아침 이슬, 물방울 등이 내 작품의 요인이 됐다.” 

‘일월(日月)’(석고, 1970년)
그는 자연은 생명태이며 그것은 바로 형태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대지의 기(氣)가 생태적인 형태다. 흙을 기본 재료로 하여 만들고, 구상의 바탕은 자연의 생(生)과 인간에 대한 관심이며, 그 생성의 본질에의 접근이다.”

그의 조각은 대지의 모성적인 힘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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