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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박덕허심(朴德虛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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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09 21:44:22 수정 : 2014-04-09 21:4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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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한 끼 얻어먹고 30배나 되는 과태료를 낼 유권자의 기분은 어떨까. 아마 너무나 억울하고 참담할 것이다. 돈 안 드는 선거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럼에도 아직도 향응을 받는 유권자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과태료 처분을 받고 있다니 참으로 한심하고 안타깝다. 과태료 부과의 경우처럼 유권자의 윤리의식이 느슨해져 있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모두가 바라는 정치개혁은 결코 이뤄질 수 없다.

관광과 음식점 등 선거특수 업소로선 서운하겠지만 클린선거란 대의로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유권자가 불법을 제대로 감시·고발하는 풍토라면 금품받은 유권자를 처벌할 법이 굳이 필요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과태료 부과는 준 자나 받은 자 모두에게 엄격히 집행돼야 한다. 세상에는 지켜야 할 가치와 약속, 원칙이 있는 법이다. 그렇게 하면 범법자가 없고, 마음도 편할 것이다.

“합당한 이치를 따르면 마음의 여유가 있다(順理則裕)”는 ‘근사록’의 가르침을 되새겨할 일이다.

자신의 양심에 손을 대고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선거철에는 후보와의 이런저런 인연으로 불법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사람은 가깝고 사랑하는 것에 치우친다(人之其所親愛而僻焉)”는 ‘대학’의 경책이 이 시대 큰 울림으로 다가서고 있다.

정치가 달라지려면 선거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유권자와 함께 후보들도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탈법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한 정치개혁은 오로지 깨어있는 유권자의 절대적 몫임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러려면 정당하지 못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 ‘노자’는 이렇게 타이르고 있다. “금은보화를 탐내면 욕심은 천지도 부족하고, 소박한 덕을 지니고 마음을 비우면 움집도 편안하다(求金貪玉越乾坤 朴德虛心安竇?).”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朴德虛心:‘소박한 덕을 지니고 마음을 비운다’는 뜻.

朴 소박할 박, 德 큰 덕, 虛 빌 허, 心 마음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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