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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여왕’ 실종사건, 그 속엔 추한 욕망이…

입력 : 2014-04-10 21:56:45 수정 : 2014-04-11 01: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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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가사’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 그의 삶 속에는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가 한 가지 존재한다. 바로 1926년 있었던 그의 실종. 소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쓴 이후 소설의 트릭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던 때 크리스티가 갑자기 사라졌다. 호수 근처에 그의 차와 버려진 물품이 발견돼 자살 의혹이 일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11일 만에 인근 호텔에서 발견됐다. 크리스티는 그 11일 동안 벌어진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죽을 때까지 평생 그 사건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이 실종사건은 지금까지도 ‘아가사 크리스티’라는 인물에게 따라다니는 최대의 미스터리다.

뮤지컬 ‘아가사’(사진)는 이 아가사 크리스티 실종사건을 소재로 다룬 창작극이다. 극의 시점은 사건이 발생한 지 26년째인 1952년. 크리스티의 60번째 책 출간을 앞두고 실종사건 당시 옆집 꼬마였던 레이먼드가 어른이 돼 사건을 다시 추적한다는 형식으로 돼 있다. 레이먼드의 추리를 통해 대작가의 실종을 둘러싼 의혹이 한 꺼풀씩 벗겨진다. 그렇게 해서 드러나는 것은 선한 가면 속에 가려진 인간의 추악한 이면들. 아가사에게 헌신하는 남편, 아가사를 누구보다 걱정하는 편집장, 사람 좋은 가정부 등으로 보인 등장인물들이 사실은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군상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이 하나씩 드러난다.

밝고 화사한 작품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국내 중소형 창작 뮤지컬의 흐름에서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작품이다. 춤과 노래가 이어지지만 그것조차 등장인물들의 고뇌와 갈등을 부각시키는 장치일 뿐, 극은 시종일관 어둡게 진행된다. 대신 꽉 짜인 이야기와 치열한 심리묘사로 관객에게 다른 방식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묵직한 주제의식을 따라가다보면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지금 자신의 모습이 어떠한지 성찰을 하게 된다. 쉽지 않은 전개의 극을 능숙하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활약도 볼 만하다. 4월27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에서 공연한다. 5만5000∼4만4000원. (02)548-0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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