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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골목·교회… 건축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와 만남

입력 : 2014-04-11 19:57:39 수정 : 2014-04-11 19: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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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남, 노은주 지음/교보문고/1만5000원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임형남, 노은주 지음/교보문고/1만5000원


서울 장충동의 경동교회는 건물을 따라 빙빙 둘러가는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야 한다. 교회 내부에 들어서면 마치 거대한 동물의 몸 안에 있는 느낌이 든다. 창이 없어 실내가 어둡기 때문이다. 정면에 걸린 단순한 십자가에 빛이 떨어져 종교적, 공간적으로 극대화된 성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저자는 경동교회가 동양적 구원의 방식에 서양의 구원이 어떻게 융합되는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십자가에 떨어진 빛은 신에 의한 구원을 강조하는 서양의 관념이, 긴 진입로는 스스로의 깨침을 통한 구원을 중시하는 동양의 관념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저자는 이처럼 건축에 깃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건축이란 나무와 돌, 콘크리트를 가지고 새로운 집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머리글에 소개된 집의 이야기는 따뜻하다. 충남 공주의 구도심 골목에 있는 33㎡(10평)의 한옥은 50년 전 한 가장이 3년에 걸쳐 지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홀로 아이들을 키운 아내마저 생을 마감했을 때 집은 찻집을 운영할 곳을 찾던 이의 눈에 들었다. 수리 의뢰를 받은 저자는 작은 집에 깃든 수많은 기억의 흔적들을 남겨두었다. 내려앉은 툇마루는 탁자와 선반으로, 옷장은 장식장으로 변했다. 저자는 “집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50년 동안 이어진 시간과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앞으로 50년 동안 다시 이어질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4부로 구성된 책은 다양한 건축 이야기를 전한다. 뉴타운과 공공청사, 방송국, 서울 통의동의 골목 등이 소재다. 저자는 건축을 이야기하면서 음악, 신학, 만화 등등을 독자들에게 들이민다. 처음에 “무슨 말을 하려나 싶다”가도 읽다보면 어김없이 건축에 켜켜이 쌓인 여러 이야기와 만나게 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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