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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식불가불무(食不可不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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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1 20:46:52 수정 : 2014-04-11 20: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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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삶의 의욕을 잃고 있다. 채소류 값 폭락으로 농가부채는 커지고 살길이 막막해진 것이다. 평년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진 시세가 계속되면서 갖가지 부작용마저 생겨나고 있다. 잎채소는 물론 뿌리채소·양념채소까지 무차별 피해를 보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겨울배추 저장물량이 6월까지 쏟아져 나오고 4월부터는 봄배추마저 출하되면서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지·소비지 할 것 없이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있다.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서는 채소류의 낙찰가가 터무니없이 낮게 형성되자 농가가 운송비 부담을 무릅쓰고 되가져가는 ‘불낙’ 사례마저 늘고 있다고 한다. 채소류는 물론 농사 자체를 기피하는 농민들이 늘어나 ‘먹을거리 주권’이 위태로울까 우려된다.

사리가 이러하기에 ‘묵자’는 “무릇 오곡이란 백성들이 우러르는 귀한 것이며, 이로써 임금이 백성을 돌보는 근거가 된다(凡五穀者 民之所仰也 君之所以爲養也)”며 “백성들이 의지할 먹을 게 없으면 군주도 양육할 것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먹을거리 생산에 힘쓰지 않을 수 없다(故民無仰 則君無養 故食不可不務也)”고 강조했던 것이다.

농산물 값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수급조절의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에서 수급조절 매뉴얼까지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품목수가 적고 대응이 늦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재고량과 작황을 깊이 있게 분석해서 수급예측을 정확히 하는 한편 이를 제때 농가에 알려 특정 품목에 재배가 쏠리지 않게 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것이다.

당 태종의 칙명으로 위징(魏徵) 등이 펴낸 ‘군서치요(群書治要)’는 백성을 잘 살게 하는 방법 중 하나로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백성의 이익을 범하지 못하게 하여, 좋은 때 맞추어 농사짓게 해야 한다(無奪民之所利 而農順其時矣).”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食不可不務 : ‘먹을거리 생산에 힘쓰지 않을 수 없다’는 뜻.

食 먹을 식, 不 아니 불, 可 옳을 가, 務 힘쓸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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