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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칼럼] 환율, 금융발전과 함께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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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3 21:53:49 수정 : 2014-04-13 2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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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안정, 주로 수출기업만 득
시각 변화 금융시장도 키워야
지난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배포한 실물경제주요지표 동반 호조세라는 보도자료가 눈에 확 들어왔다. 3월 수출이 3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497억6000만달러이고, 외국인 직접투자도 1분기에 역대 최대치인 50억6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지난 1∼2월 기준 신설 법인수가 1만3566개로 통계청 작성 이후 최대수치란다. 곁들여 산업부의 제조업 경기실사조사 결과 2분기 전망치가 과거 11분기 내의 최고치인 110을 기록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내놓았다. 실물경제를 담당하는 산업부의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과거와 같은 경제 호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외환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잠재성장률이 구조적으로 하락했는데 그나마 하락한 잠재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실제 GDP 비율인 GDP갭률은 2012년 하반기 이후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작년 3분기 이후 성장률이 3%대를 회복했다고 회복의 기미가 보인다고 좋아했지만 아쉽게도 GDP갭률은 당분간 마이너스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투자 중 해외 투자는 늘었지만 국내투자는 지난 5년간 연평균 계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2000년 들어 연평균 4%대에서 멈춰버린 국내 상장제조기업 영업이익률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저수익구조가 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012년부터는 세계무역 증가율이 세계경제증가율의 2배로 증가하던 공식이 깨지고 무역증가율이 경제증가율을 하회하는 디커플링이 나타났다. 미국조차도 대놓고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고 지원할 정도로 세계무역환경이 급변하면서 수출 의존적인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인실 서강대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게다가 원달러 환율마저 심상치 않다. 2012년 5월 달러당 79엔이던 엔화는 약세를 지속해 101엔대로 21% 절하된 반면 같은 기간 원화는 달러에 대해서는 8% 절상돼, 엔화에 대해 38%나 절상됐다. 원화의 절상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수출기업의 어닝쇼크가 지난해 3분기 이후 줄을 이었다. 이번 1분기는 낮아진 기대치로 충격이 적었지만 여전히 해외 기업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의 수입성은 저조한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거꾸로 가는 수치도 있다. 지금처럼 원화의 엔화에 대한 절상폭이 커지면 예외없이 경상수지적자가 커져왔다. 경상수지 적자가 1995년 97억5000만달러에서 1996년 238억3000만달러로 늘어나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고 2006년 356억9000만달러 흑자였던 경상수지가 2008년 1∼3분기 중 33억달러 적자로 돌아선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798억8000만달러나 된다. 한은의 지난해 전망치 630억달러를 무려 170억달러 초과했으며 사상 최대 규모다. 당연히 미국을 비롯한 경상수지 적자국은 흑자를 줄이기 위한 환율 조정을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환율 조정은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성장에 문제가 생기니 방어를 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직도 팽배하다. 안정적인 환율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작금의 문제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환율 안정을 통해 성장을 유지해가면 주로 수출기업이 득을 보게 된다. 몇 개의 산업에 집중된 수출산업구조만 더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경상수지흑자가 생기면 투자로 전환된다. 그런데 우리는 금융인프라가 취약하다 보니 흑자의 대부분을 부동산 위주의 자산운용이나 미국 재무성증권을 사는 데 사용했다. 그러다 보니 지금처럼 저성장에서 금융은 더욱 취약해져가고 있다. 작년 말 우리나라 총금융자산규모는 1경2248조원인데 금융위기 전 5년간 연평균 10%대로 성장하던 것이 금융위기 이후 5년간은 연평균 7%대로 내려앉았으며 2013년에는 전년 대비 5.1% 성장하는 데 그쳤다. 위기 이후 지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 가계부채 부실 우려로 금융규제가 강화되면서 자금 중개 기능도 약화됐다.

당장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금융산업과 금융시장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혼자서 어려우면 아시아 국가들이 연대를 하는 방법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원화 강세가 경제문제를 넘어서 갈등적인 글로벌 환경의 산물이라면 원화 강세를 보는 시각을 바꾸고 금융 발전에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이인실 서강대경제대학원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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