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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가 잡일 하는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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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5 21:19:28 수정 : 2014-04-15 21: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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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입법예고로 교단이 술렁인다. 예비교사를 알바 교사로 채용하려 한다는 비난이 거세며 교단을 황폐화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크다. 이름하여 ‘정규직 시간선택제 교사’. 개정 이유는 ‘육아·간병·학업’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막고 ‘학교별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며 수업시수가 적은 과목 개설로 ‘학생들이 원하는 수업’을 제공하겠다는 것. 이 법이 시행되면 사유가 충족되는 교사 중에 일주일에 이틀이나 사흘 출근하는 ‘정규직 시간선택제 교사’가 된다. 하지만 우리 헌법 제31조 6항은 ‘교원의 지위를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많다. 하위법인 ‘교육공무원 임용령’ 등 시행령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둘까.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취업률을 높이려고 했지만 기업들이 뒷걸음질치자 교사 중에서 시간제를 뽑아 취업률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주일에 2, 3일 학교에 나가고 3, 4일은 쉴 수 있다는 점에서 육아나 질병 등의 사유가 있다면 일부 교사에게는 유인책이 돼 보이지만 교육부문에 접목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교육은 총체성을 띠기에 한 부분에 문제가 있으면 전체에 문제점을 야기하며 연속성을 중요한 속성으로 한다. 일반 노동처럼 일손으로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황선주 교육평론가·대구 전자공고 교사
예를 들어보자. A교사가 월, 화, 수요일 수업을 하고 B교사가 목, 금요일 연이어 같은 단원의 그 다음 페이지를 가르친다고 상상해보라. 아이들이 A교사 수업 후 2일 뒤 B교사가 같은 단원의 다음 장 수업을 듣는다면, 이 얼마나 혼돈스럽고 황당할까. 초, 중학교의 경우 여교사가 대부분이므로 출산 휴가 전후 시간제 교사 신청이 많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상담이나 생활지도에 두 명의 담임교사가 다른 방식으로 지도할 때 정서적 교감에 치명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시험 문제 출제나 학생부의 작성에다 공문처리하랴, 연구학교 준비다 해서 가뜩이나 부족한 부수적 잡무를 두 교사가 번갈아 맡으면 교육활동의 연속성에 얼마나 큰 균열이 생길까.

교단의 혼란과 학교 전반적 시스템에 큰 문제를 낳을 수 있으며 여러 난제가 여타 기존 교사의 몫으로 전가될 것이 뻔한 이치이다. 가뜩이나 늘어나는 기간제 교사로 인해 기존 교사의 학교 업무가 가중되는 와중에 정규직 시간제 교원제도가 도입되면 교원 정수의 축소로 교단의 비정규직화가 심화할 것도 예측 가능하다.

경제적 논리로 교단을 흔들지 말기 바란다. 정권이 들어서면 어김없이 생뚱맞은 땜질 정책으로 감당 안 되는 정책을 쏟아내 얼마나 많은 정책 실패를 맛보았는가. 교육은 실험대상이 아니라, 오랜 시간 녹이고 녹인 후 얻어지는 99.99% 순도의 금과 같이 소중히 얻어지는 것이어야 한다. 시행착오 없이 유유한 우리 민족의 문화와 역사, 웅숭깊은 이상(理想)이 녹여져서 담겨져야 하는 것이다. 섣부른 정책으로 학교와 교사들을 흔들지 말았으면 한다.

황선주 교육평론가·대구 전자공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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