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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홀에서 스윙하는 시간은 5분 정도이고 나머지 시간은 반성을 위한 시간일 뿐이다.” 골프 격언 가운데 가장 찌릿하게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좋은 골퍼가 되기 위해선 마음가짐을 단단히 해야 한다. 고수들의 가르침이 번쩍이는 비수처럼 날카로우니 더 그렇다. “골프는 구력이 오래될수록 어렵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유일한 게임이다.”(바비 존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수백 번의 굿 샷이 필요하다. 그런데 단 한 번의 막 샷이 그 깨달음을 깨끗이 지워준다.”(잭 니클라우스) 전설의 골퍼 벤 호건은 한술 더 뜬다. “공이 직선으로 가는 것은 운이다.”

골프는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게임이다. 그래서 골퍼가 쓰는 운동장은 좁다. 골프장은 초원처럼 넓지만 실제론 폭이 30㎝가 채 안 되는 운동장이다. 두 귀 사이(뇌)의 공간에서 모든 게 일어나고 결정나기 때문이다. 욕심과 집착 등 무형의 존재가 게임의 흐름을 좌우한다. 좋은 골퍼가 되는 지름길은 볼을 치는 동안 좋은 일만 생각하는 거다.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쉽나. 팔만사천번뇌 망상과 마음의 병이 잔디 사이로 슬금슬금 기어 올라오는데. LPGA 메이저에서 15승을 올린 골퍼 패티 버그가 “골프를 하면 할수록 잘 모르겠다”고 했으니 주말골퍼야 오죽 할까.

그린 재킷은 골퍼에서 최고라는 또 다른 표현이다. 30대 중반의 왼손잡이 버바 왓슨이 오거스타 마스터스 대회에서 그린 재킷을 다시 입었다. 양지가 음지되는 것, 골프에서 흔하다. 왓슨은 그걸 보여 주고 극복하는 것도 같이 보여 주었다. 2012년 마스터스에서 2차 연장 끝에 생애 첫 메이저 정상에 오른 뒤 지난 1년 우승 한 번 못한 채 헤매고 다녔다. 그는 우승 퍼팅을 한 뒤 “2년 전 우승이 행운이었다면 이번엔 혹독한 훈련과 헌신의 결과”라며 울음을 삼켰다. 연습도 연습이지만 정신적인 성장이 그린 재킷을 입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왓슨은 올시즌 PGA 투어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1위다. 288m. 이번 대회에선 335m를 보내는 장타 쇼를 벌였다. 왓슨이 말한 장타비법은 엉덩이를 많이 돌리는 거다. “히프를 돌리면 돌릴수록 어깨를 더 많이 돌릴 수 있고 따라서 공을 더 멀리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말골퍼들, 장타 친다고 OB 많이들 내겠다. 보비 로크가 “장타의 유혹에 이겨야 좋은 골퍼가 된다”고 했거늘.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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