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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부모 자격시험’이 필요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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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6 21:49:43 수정 : 2014-04-16 21: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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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학대 부모 급증… 구타·살해 범죄 잔혹
학대경험 평생 영향… 국가, 이웃이 구원해야
동물학교의 소풍일인 어느 봄날. 토끼 엄마가 도시락을 싸 들고 학교에 왔다. 그때 다람쥐 엄마가 부탁을 했다. 급한 사정이 생겨 집에 가야 하니 도시락을 자기 아이한테 전해 달라는 것.

“댁의 아이를 어떻게 찾지요?”(토끼 엄마). “저희 집 애는 찾기 쉬워요. 학교에서 제일 잘생긴 아이가 우리 아이니까요.”(다람쥐 엄마)

그러나 토끼 엄마는 결국 도시락을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다람쥐 엄마에게 이유를 말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댁의 아이를 찾을 수 없었어요. 제 아이보다 잘생긴 아이가 없더라고요.”

부모 자식사랑의 속성을 보여주는 우화다. 부모의 절대적 애정의 근원은 무엇일까. 생물학자들은 뇌와 호르몬의 상관관계로 이해한다. 출산이나 아이의 웃는 얼굴은 부모의 뇌에서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행복감을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부모의 사랑 역시 자식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여준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내가 성공을 했다면, 오직 천사와 같은 어머니 덕분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자식사랑 호르몬은 모든 부모에게 똑같이 분비되지 않는 모양이다. 자식을 학대하는 부모가 급증하고 있다. 차마 인두겁을 쓰고는 할 수 없는 아동학대가 자행되는 요즘이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고 22개월 된 아들을 주먹으로 때려 장 파열로 숨지게 한 엄마, 미운 남편과 닮았다는 이유로 다섯 살 아들을 굶겨 영양실조에 걸리게 한 엄마. 아이들이 잘못을 하면 얼마나 한다고, 부모가 자식에게 이렇게까지 비정할 수가 있나.

울산 계모 사건은 더 기가 막힌다. 친딸이 계모로부터 구타를 당하는데도 말리기는커녕 거들고, 죽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남긴 친부를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부모도 자격시험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 같아 입맛이 쓰다. 2013년에 공식보고된 아동학대는 6796건으로 1년 새 393건이나 늘었다.

놀랍게도 친부모에 의한 학대(76.2%)가 계부모(3.7%)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계부모에게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가 편견의 산물이라는 방증이다. 친부모 이상으로 희생하며 아이를 사랑으로 키운 계부모들을 주눅들게 해선 안 될 일이다.

김환기 논설위원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은 평생 피해자의 의식을 지배한다. 미국의 정신의학자 리어나드 셴골드는 아동학대를 ‘영혼살인’이라고 했다. 마이클 잭슨이 성형중독과 아동학대 혐의에 시달리다 요절한 것은 유년기의 학대 경험이 성인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사례로 거론된다. 전 남편 아서 밀러가 ‘세상에서 가장 가여운 여자’라고 평했던 메릴린 먼로의 자살도 아동학대 후유증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식을 소유물쯤으로 여기는 일부 부모의 전근대적인 인권 의식이 아동학대의 근본 원인이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예방 정책과 프로그램에 내실을 기해야 하는 연유다. 아이는 어른의 학대에 저항권을 행사할 힘도 방법도 모르는 약자다. 이웃이나 국가가 손을 내밀지 않으면 구원을 받지 못한다. 더 많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상담사가 필요하다.

아동학대에 관대한 사회인식의 변화도 절실하다. 사랑의 매나 집안 일로 가볍게 여겨 못 본 체하는 주변의 무관심이 아동학대를 키웠다는 사실을 사회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 아동학대는 범죄일 뿐이거늘. 학대 행위자 엄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일명 ‘신데렐라법’을 제정해 육체적 학대는 물론 정서적 학대까지 처벌하려는 영국 사례는 본받을 만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양육관이다. 아이는 자신이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다. 한 생명을 만든 건 순전히 부모의 일방적인 욕심이다. 그렇다면 자식에게 최대한의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 부모의 도리 아닌가. 부모들이여. 학대 충동이 꿈틀거리면 자식이 태어났을 때 흘렸을 감격과 기쁨의 눈물을 떠올려 보라. 그리고 공포에 떨고 있는 자식의 슬픈 눈망울을 바라보라. 부모로서 자기 분신을 학대한 사악한 ‘악마’라는 조롱과 손가락질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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