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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헬렌 켈러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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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6 21:47:39 수정 : 2014-04-17 03: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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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중복 장애인 헬렌 켈러에게 꿈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지은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란 책에 이렇게 적었다. “만일 내가 사흘 동안만 볼 수 있다면 첫날은 나를 가르쳐준 설리번 선생님의 얼굴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산으로 가서 아름다운 꽃과 풀을 볼 것이다. 둘째 날엔 아침 일찍 일어나 먼동이 트는 모습을 보고 밤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별을 보고 싶다. 마지막 날엔 큰길로 나가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을 보고 싶다. 그리고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 사흘간 눈을 뜨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

어느 날 헬렌 켈러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맹인으로 태어나는 것보다 더 불행한 것이 있느냐고? 그러자 “시련은 있지만 꿈이 없는 것”이라고 주저없이 답했다. 그는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을 보는 사람이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3000가지 장점을 찾아낼 수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1급 시각장애인 윤서향(23)씨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한국의 헬렌 켈러다. 올해 숙명여대를 나와 중학교 영어교사로 부임한 윤씨가 그제 ‘꿈의 전도사’로 나섰다. 그녀는 서울 국립재활원 강당에서 중학생들에게 ‘꿈을 향한 행복한 도전’을 들려줬다. “학교에서 나눠주는 교과서조차 눈으로 읽을 수 없었고, 등교하다 길을 잃고 헤매고는 주저앉아 펑펑 운 적도 있었어요.” 진솔한 그의 고백에 학생들은 숨을 죽였다. “솔직히 도전은 행복하지 않아요. 고통스럽죠. 하지만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일어섰어요.” 절대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라는 그의 조언에 어린 학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팍팍한 세상이지만 희망을 믿는 이런 도전이 있기에 삶은 살아 볼 만한 것이 아닐까. 뇌수막염으로 시력을 잃은 이창훈씨는 KBS 아나운서로 활약 중이다. 1급 시각장애인 최영씨는 두 해 전 법복을 입었고, 시각장애인 정민호씨는 야구분석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아프리카 최남단에 있는 희망봉의 원래 이름은 ‘폭풍봉(Cape of Storms)’이었다. 누구도 가까이 할 수 없는 두려운 바다였으나 15세기 포르투갈 탐험가가 도전해 성공적으로 통과하면서 희망봉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늘의 별은 어두울수록 더 밝게 빛이 난다. 어둠을 보느냐, 밝은 별을 보느냐는 인생 항로에 들어선 우리들 몫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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