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고대인의 화랑… 옛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입력 : 2014-04-17 21:32:04 수정 : 2014-04-18 09:17:4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中 닝샤후이족자치구 인촨을 가다 “‘별에서 온 그대’ 봤어요. 너무너무 재밌어요. 도민준의 나라, 도민준의 나라 사람들 다 좋아해요.”

중국인 현지 가이드의 칭찬에 괜히 으쓱해진다. 중국인들도 잘 알지 못하는 오지 중의 오지, 닝샤후이족(寧夏回族)자치구도 한류 열풍의 예외지대가 아니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김수현·전지현이 열연한 한국 드라마 ‘별그대’ 이야기로 운을 뗀다. 지난 2년 동안 닝샤자치구 주민 2만여명이 한국을 다녀갔다. 양측을 서로 방문한 여행객 비율은 95대 5 정도로 중국인이 압도적이다. 닝샤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닝샤의 주도인 인촨(銀川)의 허둥(河東)공항과 인천국제공항 직항로 개설 2주년 및 인촨·한국 경제문화교류센터 결성식에 초대받아 현지를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중국 서북부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바로 밑에 위치한 닝샤는 중국 유일의 후이족 자치구로, 총 인구 650만명 중 35%가량이 이슬람교를 신앙한다. 인촨은 사막 주변의 평원지대지만 황허(黃河) 상류를 끼고 있는 오아시스 같은 도시로 ‘변방의 호수 도시’로 불린다. 

과거엔 중국 화북 및 북방 민족들이 서역으로 가려면 꼭 거쳐야 하는 실크로드의 관문 도시였다. 상전벽해를 이룬 동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지만 중국 정부가 서부대개발 지역의 내륙개방형 경제실험구로 지정하며 ‘내륙의 선전(深 ?)’을 꿈꾸고 있다. 중국 대륙의 젖줄 황허, 세계 최대 암각화 지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노리는 허란산(賀蘭山), 대장정 중 마오쩌둥도 감탄해 시를 짓게 한 천혜의 절경 류판산(六盤山) 등으로 ‘밍메이인촨’(明媚銀川·아름다운 인촨)이라는 찬사를 얻고 있다.

1만년 전 고대인들의 암벽화 6000여 점이 발견된 세계 최대 암벽화 공원 허란산 입구. 오른쪽 빨간 리본 아래에 가장 유명한 태양신 암벽화가 새겨져 있다.
중국은 전국의 관광지를 A 숫자로 등급을 매겨 관리한다. AAAAA(5A)가 최고 등급이다. 5A급은 중국 전체에서 100여곳뿐이다. 인촨의 대표적 관광지는 5A등급의 모래호수 사호(沙湖)유람구와 전베이바오 서부영화세트장(鎭北堡西部影城). 4A는 동양의 피라미드로 불리는 서하(西夏)왕릉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여주는 허란산암화(巖畵), 칭전(淸眞)으로 표기하는 이슬람 사원인 중화회향문화원,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전하는 수이둥거우(水洞溝)유적지, 만리장성의 서쪽 끝자락인 명(明)장성, 장성을 쌓던 군사들이 기거하고 무기를 보관하던 비밀 지하 요새 장병동(藏兵洞)이 있다.

중국 6대 습지공원 밍추이호(鳴翠湖)와 해마다 자동차 경주대회가 열리는 황허헝청(橫城)국제리조트여행구, 중국의 금강산 군중커우풍경명승구는 3A등급이다. 이밖에 서하제국 황실 사찰로 추정되는 바이쓰커우(拜寺口)쌍탑 유적과 병구(兵溝)여행구, 허란산 와인산업단지, 북탑호수, 닝샤박물관 등이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인촨은 호수의 도시다. 크고 작은 호수 72개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사막의 삭막함을 달래준다. 사호는 인근 네이멍구의 텅거리(騰格里·하늘처럼 넓음)사막에서 날아온 금빛모래가 호수 한가운데 쌓여 생긴 모래 섬. 크기나 모양이 우리나라 남이섬과 비슷하다. 사호 안에는 흑고니, 갈매기를 비롯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류와 갈대, 연꽃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람이 그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게 사치스러울 정도로 이색적인 공간이다. 초목이 싹을 다 틔운 5월 이후에 방문해야 더욱 아름다운 사호를 만날 수 있다.

허란산의 태양신 암벽화.
1993년 문을 연 전베이바오 영화세트장은 ‘동방의 할리우드’ ‘닝샤의 보물’로 불리는 지역이다. 인촨의 옛거리와 명·청대 성(城)들을 재현해 놨다. 중국 명화 ‘붉은 수수밭’과 ‘신용문객잔’으로 이름을 알렸고, 한국 드라마 ‘선덕여왕’과 영화 ‘놈놈놈’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서하왕조의 흔적인 서하왕릉은 슬픈 역사가 배어 있다. 서하왕조는 1038년 유목민 탕구트족 이원호(李元昊)가 세운 불교 국가로, 자체 문자를 창제하고 송나라에 맞설 정도로 융성했다. 칭기즈칸이 정복에 나섰다가 사망한 곳이다. 건국 190년 만인 1227년 몽골제국에 몰살당했다. 왕릉은 벽돌에 화살을 쏘아 꽂히면 현장 관리의 목을 베었다는 전설이 전할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었다. 왕릉인 줄 모르고 중국군 군사훈련 표적으로 사용돼 군데군데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1980년대 소련 역사학자들이 왕릉을 발견하며 역사 속에서 부활했다.

인촨은 아직 미지의 땅이다. 한국 회사 14개사가 진출해 있고, 한국인 90명 안팎이 산다. 국제선은 일주일에 한번 한국을 오가는 진에어 노선이 유일했으나, 4월부터 인촨∼강원도 양양·제주 항로가 개설됐다. 방에 팁으로 내놓은 1달러를 호텔 종업원들이 그대로 놔둘 정도로 순박하다. 택시기사를 포함해 대부분 기본적인 영어를 모른다. 사막·호수·이슬람 사원이 많은 3다(多)의 땅, 외국인 관광객·공안(公安)·비(雨)가 없는 3무(無)의 땅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인촨=글·사진 조정진 논설위원 jjj@segye.com

<세계섹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