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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뚜∼ 휴대전화 신호음에 실낱 희망 “제발 기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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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7 18:27:08 수정 : 2014-04-18 09: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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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눈으로 밤샌 가족들… 애끊는 기다림
“뚜, 뚜,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17일 오후, 안산 단원고 2학년 2반 김소정(17)양의 어머니 김정희씨는 전화기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계속해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씨는 “민간 잠수부들이 배 안에 아직 생존자들이 있는 걸 확인했대요. 보세요. 신호음이 울리고 있잖아요.

이건 전화기가 물에 잠기지 않았다는 증거 아닌가요?”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김씨는 이내 “제발 우리 딸 좀 살려 주세요”라며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김씨가 딸과 마지막으로 통화한 시간은 지난 16일 오전 9시14분. 김양은 “엄마. 이상해. 배가 좀 기울어 있어”라며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선실로 올라와 있다는 딸은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있는지 전화기 너머로 소녀들의 ‘까르르’하는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불길한 생각이 든 김씨는 “왜 배가 기울었어?”라고 물었지만 김양은 “나도 잘 몰라”라고 대답했다. “어디쯤이니? 창밖에 뭐가 보여?”라고 묻자 딸은 “글쎄 어딘지 모르겠는데”라더니 곧 “어! 창밖으로 물이 보여”라며 목소리가 굳어졌다. “선생님이 카카오톡으로 구명조끼 입고 기다리래”라는 딸의 말에 김씨는 “그래 시키는 대로 구명조끼 입고 기다려”라고 대답한 뒤 “다시 전화해”라고 당부했다. 그 후 통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김양의 어머니는 “오전에 사고현장에 가보니 구명정에 산소통도 없었고, 아무도 물속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며 정부의 구조작업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야속한 바다 한 실종자 가족이 17일 오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구조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담요로 몸을 감싼 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진도=연합뉴스
전남 진도 해역에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이틀째인 이날 진도군 팽목항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애타게 구조소식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로 가득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오후가 되면서 굵어졌고, 바람도 거세지자 가족들이 바다를 향해 실종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저미게 했다.

팽목항에 임시로 설치된 소방대책본부 천막 앞에는 하루종일 담당 공무원들에게 항의하는 가족들의 고성이 오갔다. 2학년 1반 우소영양의 오빠인 우현재(20)씨는 “어제는 다 구조됐다고 하더니 번복하고, 오늘은 낮 12시 반부터 공기를 주입한다더니 오후 5시에야 산소 공급장비가 도착한다고 하니 이제는 정부에서 하는 말을 하나도 믿을 수 없다”며 “여동생이 (어제) 오전 9시20분쯤 겁에 질린 목소리로 전화가 와서 ‘10분 뒤 해양경찰이 구조하러 온대’라고 했는데 왜 아직도 구하지를 못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9시쯤 김수현 해양경찰청장이 팽목항 임시소방본부를 찾아 가족들과 대화를 시도했지만 격앙된 실종자 가족들은 김 청장을 강하게 규탄했다. 김 청장이 앞선 브리핑에서 “선내에 결국 진입하지 못했다”고 말한 데 대해 실종자 가족들은 “처음부터 구조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하고 시간만 끌고 있는 것 아니냐”고 오열했다.

오후 11시쯤에는 한 남성이 수영복 차림으로 “딸을 찾으러 들어가겠다”고 나서 경찰이 이를 저지하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에서도 정부와 해경의 더딘 구조에 실망한 가족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진도=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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