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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장애인들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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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7 21:05:20 수정 : 2014-04-18 01: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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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L군은 축구 선수가 꿈이다. 열일곱 살 L군은 동네 사람들만 만나면 “형, 축구 한번 해”라고 한다. L군의 별명은 국가대표선수다. 집 안에서 공놀이를 하는지 축구를 하는지 모를 일이지만 L군의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 소음을 견디기는 쉽지 않다. 서울 동천학교에 다니는 L군은 축구하는 광경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축구중계라도 한다치면 TV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자폐증은 특정 취향에 몰입한다. 누군가 곁에 있기를 바라지만 간섭만큼은 싫어한다. 가끔 알아듣지 못하는 엉뚱한 말도 한다. 보통 사람들이 쓰는 말을 잘 이해하지도 못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셈이다. 자폐증이라는 말은 1911년 스위스의 정신병리학자 오이겐 블로일러가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서 처음으로 불렀다.

현대 의학이 풀지 못한 여러 가지 수수께끼 중 하나가 자폐증이다. 자폐증은 유전·환경적 원인으로 지적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확실한 것이 있다면 자폐증 환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자폐성 장애인 1만8000여명, 지적장애인 18만여명으로 이 둘을 합한 발달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8% 가까운 20만명에 이른다.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영화 ‘레인 맨’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화로 기억돼 있다. 주인공은 자폐증을 앓는 형과 이기적인 동생이다. 그들은 부친이 남긴 유산 문제로 여행을 하며 마음을 열어간다. 동생 찰리는 형 레이먼이 어렸을 적 자기 기억 속의 ‘레인 맨’임을 알게 되고 뜨거운 형제애를 싹틔운다. 영화는 감동일지 모르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L군 어머니는 늘 죄인이다. 키 185㎝에 100㎏에 육박하는 덩치 큰 애가 밤 12시건 새벽이건 거실에서 공을 차는 것을 말리기란 역부족이다. 아래층 사람들과 얼굴을 들고 얘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어디서건 90도 허리를 굽혀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를 입에 달고 산다. 어머니의 희망은 아들이지만, 어머니의 힘은 이웃의 배려와 당국의 관심이다.

장애인 특수학교인 서울 명수학교가 재단인사들의 비리로 인한 재정난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초·중·고교생 수백명이 거리로 나앉을 판이다. 장애인을 거리로 내모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라 할 수 없다. 개인 소유의 학교라 하지만 매년 정부가 30억원 가까이 지원해온 만큼 교육당국이 더는 뒷짐을 지고 있어선 안 된다.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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