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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살던 시절도 아니고… 단체 수학여행 없애라”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17 19:02:47 수정 : 2014-04-18 00:5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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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일탈행위 경험 외 의미 없다” 비난 여론
시·도교육청, 현장체험학습 보류·재검토 잇따라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로 수학여행 길에 올랐던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이 집단 실종되면서 단체 수학여행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소규모·테마여행을 장려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는 교육부 지침을 무시하고 단체 수학여행을 고수하고 있다.

17일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 학부모 게시판에는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16일 오후부터 단체 수학여행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400건 가까이 올라오고 있다.

김모씨는 “못살던 시절 동네 10리 밖도 못 가보던 시절에나 수학여행이 의미 있었다”며 “수학여행은 짜릿한 일탈행위를 경험하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폐지를 주장했다. 고2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진정 우리 고장이나 우리나라의 풍습과 유물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수학여행의 본질을 찾아 달라”며 “남들도 가니 우리도 간다는 식의 관행을 없애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 자유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이 160건 넘게 올라오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초중고 수학여행·수련회 없애주세요’ 청원 코너에는 1만8000명이 지지의사를 보냈다.

한 네티즌은 “안전지침만 필요한 게 아니라 수학여행 참석 여부를 본인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며 “가기 싫어도 갈 수밖에 없는 분위기부터 고쳐야 한다”며 수학여행의 강제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교육부는 ‘수학여행·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 운영 매뉴얼’에서 ‘대규모로 이동하는 획일적·답습적인 활동을 지양하고, 친밀한 대화와 체험의 공유가 가능한 소규모 수학여행을 실시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그대로 따르는 학교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소규모 수학여행의 규모로 1∼3학급 또는 학생 수 100명 이내를 제안하고 있는데, 지난해 서울과 6개 광역시 소재 2749개 학교 가운데 2023개교(73.6%)가 100명이 넘는 집단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대구와 인천, 대전에서는 집단 수학여행 비율이 80%를 넘었다.

서울시교육청 수학여행 공개방에 4월 이후 올라온 수학여행 계획(4월 출발만 집계)만 봐도 전체 109건 가운데 60건(55.0%)이 집단 수학여행이다. 학교 측에서 소규모·테마여행이라고 올린 계획도 100∼300명이 모두 같은 곳으로 떠나 같은 숙소와 식당을 이용하면서 일정 중간에 살짝 경로만 바꾸는 ‘무늬만 소규모 여행’인 곳이 절반에 가까웠다.

특히 4월 제주도 수학여행 일정 18건 중 한 건을 제외하곤 안산 단원고처럼 100명 이상이 함께 이동하는 사실상 집단 수학여행이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중학교 교장은 “여러 명이 일정을 공유하는 집단여행은 관련 업무를 교사 여러 명이 나눠서 맡을 수 있지만, 1∼2개 반씩 떠나게 되면 교사 1인당 업무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학교로서는 소규모 테마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현실을 제대로 파악 못한 교육당국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는 사고 당일인 16일 밤 현장 체험학습의 안전상황을 재점검하라는 공문을 전국 시·도교육청에 보냈다.

이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은 17일 오후 1학기에 예정된 도내 각 학교의 현장체험학습을 전면 보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시내 모든 초·중·고교에 현재 계획 중인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 등 현장체험학습의 안전에 우려가 있으면 즉각 취소하라고 지시했다. 대전시교육청도 수학여행 예정일까지 여유가 있는 학교는 학교 구성원 간 추진 여부를 다시 협의하도록 했다. 경북도교육청과 세종시교육청 등은 교육부의 수학여행 매뉴얼에 빠진 항공기·선박 안전수칙을 학생들에게 철저히 교육할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일부 학교는 수학여행을 취소하기도 했지만, 예정일까지 얼마 안 남은 학교는 일정 취소 시 여행사에 거액의 위약금(3000만∼5000만원)을 물어야 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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