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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된 학생들 불안감 극심… 가족도 심리치료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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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7 19:02:27 수정 : 2014-04-17 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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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들 조기 대응 필요 강조
상실감에 가정 해체 부를 수도
세월호 침몰 사고는 실종자와 구조자 대부분이 10대 청소년이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나이에 겪은 사고의 기억은 방치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발생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종 등으로 자녀와 이별한 부부는 극도의 상실감에 따른 불화로 말미암아 ‘가정 해체’에 이를 수 있는 만큼 의료기관은 물론 정부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17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경험자 상당수가 10대 고등학생이란 점에서 정신과적 조기 대응 필요성이 크다. 사고 직후 학생들이 겪은 ‘급성 스트레스 장애’는 자칫 만성적이고 장기적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단계로 악화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수희 교수는 “꿈 등으로 끔찍한 사건을 반복해 경험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자주 깜짝깜짝 놀라는 것 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주요 증세”라며 “어린 나이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으면 중장년층보다 더 큰 어려움에 시달리는 만큼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안산 단원고 학생 70여명은 현재 고대 안산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이들 모두 사고 스트레스로 당황한 상태이며, 심리적 안정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불안감 탓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아침식사 때에도 친구들 얘기를 하며 울먹이는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고대 안산병원 차상훈 원장도 “학생들을 검사한 결과 심각한 외상은 없었지만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심하다”고 전했다. 병원 측은 학생들을 상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에 돌입했다.

실종 학생들의 가족에 대한 심리치료도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인간이 받는 모든 종류의 스트레스 중 가족, 특히 자녀를 잃은 상실감이 가장 크다”고 강조한다. 결혼 생활을 어느 정도 한 부부들한테 자녀는 가정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그래서 실종 등으로 뜻하지 않게 자녀와 헤어진 부부는 자책감과 상실감으로 불화를 겪다가 파경을 맞곤 한다. 자녀를 그리워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도 적지 않다.

고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것이 당장은 생존 학생들만의 문제로 보이지만, 이후 이 학생들의 부모나 실종자 또는 사망자의 부모, 피해자 친구들에게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버금가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부모들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과도한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게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김영훈)는 이날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을 모집해 실종 학생 부모들을 대상으로 무료 상담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안산=정선형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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