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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알게 될까 봐 뉴스도 못 봅니다"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18 13:07:51 수정 : 2014-04-18 13: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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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여행길에 7세 남아만 구조…친척들 '기적' 기대 "아이가 혹시라도 상황을 알게 될까 봐 TV뉴스도 못 봅니다. 너무 슬프지만 슬픈 티도 낼 수가 없어요…."

일가족이 여행을 떠나던 중 여객선 침몰 사고를 당해 막내인 7세 남자 아이만 구조된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천 원일초등학교 1학년생인 조모(7)군은 지난 15일 부모, 형(11·원일초교 5년)과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부친 조충환 씨의 제주도 출장 일정이 잡히면서 가족이 다 같이 바람이나 쐴 겸 동행한 것이다.

16일 오전 가족은 배 안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조금 있으면 마주할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상상하며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쿵' 소리가 나더니 배가 왼편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놀란 부모는 아이들부터 찾았으나 막내 조군이 보이지 않았다.

조군은 사고 직전 가족이 머물던 3층 선실에서 몰래 나와 다른 층에서 혼자 놀고 있었던 것.

부모는 조군부터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배 안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선실에 혼자 있던 조군의 형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배가 기울고 있으니 기도해달라"며 평소 형제를 돌봐주던 외할머니에게 전화했다.

가족이 그렇게 뿔뿔이 흩어진 사이 배는 급속히 기울었고 얼마 안 가 결국 침몰했다.

조군은 한 남성의 도움으로 여객선에서 탈출, 무사히 구조됐으나 부모와 형은 여태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조군은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친척들과 지내다가 지난 17일 외삼촌 지성진(46)씨의 서울 마포구 집으로 들어갔다.

지씨는 18일 "어머니도 나도 너무 슬프지만 어린 조카 때문에 슬픈 티를 낼 수가 없다"며 "아이가 혹시라도 사고 사실을 알게 될까 봐 TV뉴스도 못 틀고 있다"며 목소리를 떨었다.

그는 "조카는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 '다시는 배를 안 탄다'고만 할 뿐 현재 상황은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조카가 '엄마 어디 갔느냐, 언제 오느냐'고 물어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울먹였다.

지씨는 "구조활동 진척도 없고…. 솔직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인지 잘 모르겠다"며 "기적이 일어나서 동생 가족이 꼭 살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군 형제가 다니는 원일초교도 침통한 분위기에 빠져 있다.

송경미 교감은 "담임교사의 말을 들어보면 동생 조군은 밝고 똑똑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아이다. 형은 학급 부회장으로 굉장히 믿음직스러운 친구"라며 "그런 아이들이 이런 사고를 당해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송 교감은 "어제 조군을 만났다. 어려서 상황을 잘은 모르는 것 같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는 것 같았다"며 "가족이 반드시 구조되길 바란다. 학교에서도 조군과 가족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조군은 외삼촌 집에 거주하면서 이날 오후부터 세브란스병원에서 심리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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