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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야구·종교·미술과 엮어 성찰… 진화론자 굴드의 에세이

입력 : 2014-04-18 20:04:02 수정 : 2014-04-18 2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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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김동광 옮김/현암사/3만2000원
힘내라 브론토사우르스/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김동광 옮김/현암사/3만2000원

어떤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진 전문가라 하더라도 그것을 대중에게 이해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지식을 쌓아나가는 것과는 또 다른 ‘내공’이 필요하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생물학, 그중 특히 진화론이라는 주제로 평생 대중을 위한 글을 써온 생물학자다. 다윈 이후 최고의 진화론자로 꼽히던 사람이었지만 과학의 대중화에 대한 사명도 커 대중에게 진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쉽게 전달하기 위한 책을 쉼없이 써왔다. ‘풀하우스’, ‘판다의 엄지’, ‘인간에 대한 오해’ 등의 책은 이런 과정에서 나온 대중생물학의 걸작들이다.

‘힘내라 브론토사우르스’는 거장의 대중적 글쓰기가 가진 맛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중 세 번째로 출간됐다. ‘스티븐 굴드 자연학 에세이’는 굴드가 1974년부터 2001년까지 무려 27년간 동안 매달 미국 자연사박물관이 펴내는 월간지 ‘내추럴 히스토리’에 연재했던 300여편에 달하는 글을 일컫는다. ‘힘내라 브론토사우르스’는 이중 굴드가 직접 고른 35편을 담았다.

에세이라는 이름처럼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저자의 가벼운 성찰을 담은 글들이다. 책에 실린 에세이는 굴드의 끝없는 지식욕의 다채로움을 보여주는데 ,그 분야는 그의 광적인 취미였던 야구를 비롯해 철학·신학·종교·미술·소설·광고·영화는 물론 학생들의 은어에까지 이른다. 굴드는 이 같은 방대한 지식을 동원해 생물학이라는 전문 분야를 독자에게 이해시키는 ‘지적 곡예’를 펼친다. 고교 합창단 동창회의 추억을 통해 우수함의 본성에 대해 고찰하기도 하고, 전설적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의 타격 경향에서 확률과 패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야구의 기원을 추적하면서 모든 대상이나 제도의 기원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담아낸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다만, 상이한 소재라 하더라도 책의 내용은 모두 진화적 변화와 역사의 본성이라는 공통 주제를 예증하기 위해 선택한 것들이다. 굴드는 온갖 이질적 주제들을 통합하고 여기에 일관성을 부여해 ‘생명 진화는 필연에 의해 연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연에 의해 무작위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나간다. 이는 2002년 그가 타계할 때까지 평생에 걸쳐 만들어온 ‘단속평형설’의 핵심 주장이다. ‘인간은 우연히 인간으로 진화했을 뿐 선택받은 존재가 아니므로 모든 생명체에 겸손해야 한다’는 단속평형설에 담긴 함의를 에세이라는 형식의 글을 통해 더 깊게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의 입담을 통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남는 여운은 작지 않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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