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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가 만든 제품 수명… 생태계 ‘악몽’으로

입력 : 2014-04-18 20:04:13 수정 : 2014-04-18 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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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라투슈 지음/정기헌 옮김/민음사/1만2000원
낭비사회를 넘어서/세르주 라투슈 지음/정기헌 옮김/민음사/1만2000원

프린터에는 인쇄 매수가 1만8000장이 넘으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도록 하는 칩이 내장되어 있다. 1940년 출시된 스타킹은 올이 풀리지 않고 자동차 한 대를 끌 수 있을 만큼 튼튼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규칙적으로 새 스타킹을 구입한다. 업체들이 자외선 차단 첨가물의 양을 조절했기 때문이다. 1920년대에 생산한 전구의 평균 수명은 2500시간이었다. 현재는, 1000시간 이하다. 기업들 간 담합으로 그렇게 정했다고 한다.

현대 자본주의는 이처럼 대량 생산된 ‘쇠퇴’를 바탕으로 번성하고 있다. 한번 산 제품을 ‘마르고 닳도록’ 쓸 수 있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른바 ‘계획적 진부화’는 소비자본주의의 절대적인 무기다.

책은 자본주의 사회를 이끌어가는 요소로 광고·신용카드와 더불어 계획적 진부화를 꼽는다. 1930년대 대공황과 함께 제품 수명의 단축은 일반적인 경향이 됐다. ‘진보적 폐기’, ‘창조적 쓰레기’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상품의 구입은 번영의 도래를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이 퍼졌다. 수리가 불가능한 휴대용 라디오, 3년 주기로 바꾸는 자동차, 유행에 따라 리모델링하는 건물, 유통 기한을 적시한 식료품 등 의도된 진부화의 사례는 넘쳐난다.

하지만 계획적 진부화는 자원 낭비와 쓰레기 범람이라는 중대한 생태적 문제를 야기한다. 무제한적으로 부추겨진 소비는 오염과 쓰레기를 낳고, 지구 생태계를 파괴시킨다. 새로운 차원의 인간 존엄성 훼손도 발생했다. 아프리카 콩고는 휴대전화 생산에 필요한 콜탄 때문에 전쟁 중이다. 중국 서부의 희토류 개발은 투르크계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개념 혹은 주장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현대 인류가 품고 있는 보편적 문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눈길이 가는 책이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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